▽남북대화의 징검다리가 될까?〓정부는 백 외무상의 불참으로 2차 남북외무장관회담이 무산됐지만 북측과의 실무접촉을 통해 남북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회의부터 나란히 앉게된 남북대표들은 회의 중간에도 수시로 얼굴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을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회원국으로 가입한 북측이 이번에 고의적으로 외무장관을 보내지 않은 인상이 강하고 한달 이상 지나 북한상선의 제주해협 통과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는 등 대남관계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 해 정부는 속을 끓이고 있다.
북측 수석대표가 허종(許鍾) 순회대사인 것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핵문제 해결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그의 참석은 북한이 앞으로 제네바 합의와 경수로제공 문제에 대해 원칙적 접근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북-미대화는 어떻게?〓6월초 미국측의 북-미대화 재개 선언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이 없다. 북측이 작년 10월 북-미 공동선언의 연장선상에서 대화를 희망하는 반면 미측은 ‘새로운 틀’에서 모든 현안을 다루겠다고 밝히고 있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백 외무상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기간에 북측과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혀 북-미관계에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변4강과 연쇄회담〓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장관은 베트남 하노이와 서울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과 잇따라 회담을 갖는다.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는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방러 문제 등을 협의한다. 파월 국무장관과는 서울로 자리를 옮겨 북-미대화 재개선언 이후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북측 의도를 분석하고 남북 및 북-미대화 재개문제를 집중 협의한다.
<하노이〓김영식기자>spear@donga.com
▼허종 북측대표/북-미 핵협상 실무담당
허종(許鍾·55·사진) 순회대사는 90년대 초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로 당시 북-미 핵협상의 실무를 담당했을 만큼 북한 외무성내에서는 몇 안되는 서방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
그는 이달 중순 프랑스를 방문해 ‘프랑스대표단의 9월 말∼10월초 방북’을 이끌어냄으로써 대(對)프랑스 수교협상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북한은 원래 최수헌(崔守憲) 외무성 부상을 프랑스에 보내 유럽연합(EU) 국가들 중 미수교국인 프랑스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으나 진전이 없자 순회대사인 그를 대신 보냈다.
허 대사는 80년대 김영남(金永南·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당시 부총리 겸 외교부장 의 영어 통역으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95년부터 순회대사를 맡고 있다.
▼ARF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ASEAN Regional Forum)은 아태지역 국가들이 대화와 상호신뢰를 통해 역내(域內)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역내 유일의 정부간 정치 안보협의체. 한국 정부가 ARF를 번역하면서 영문에 없는 ‘안보’를 포함시킨 것도 이런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 94년 태국 방콕에서 1차 회의가 열렸고 이번 하노이회의가 8차.
회원국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의장국 등 23개국. 북한은 지난해 방콕 7차 회의에서 2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