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정국'/上]민주당, 서민마음 돌리기 정책 양산

  • 입력 2001년 7월 22일 18시 48분


<<여야가 지지계층의 유지 확대를 위해 폭염을 잊고 있다. 정책을 개발하고 조직을 정비 강화함으로써 전통적인 지지계층은 붙잡아 두는 한편 새로운 지지세력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여야의 지지계층 확대 노력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민주당은 올해 말까지 전통적인 지지기반이라고 믿어 온 중산층과 서민층의 지지를 완전히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민을 위한 각종 정책 개발에 착수했으며 그동안 느슨해지거나 흐트러진 당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0일 김중권(金重權) 대표로부터 당무보고를 받으면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당정이 차질없이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김 대통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다시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5월부터. 당시 김 대통령이 “우리 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고 말한 이후 당정은 △신용불량기록 삭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추진 △비료값 인상 유보 등 중하위계층을 겨냥한 정책을 쏟아냈다. 또 국무조정실에서는 400여건이 넘는 ‘서민생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부처별로 그 대책을 강구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이 이처럼 중산층과 서민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경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가 영세상인 등 97년 대선에서 김 대통령을 지지했던 전통적 지지기반의 이탈이 심각하고, 이들의 지원 없이는 내년 대선에서의 승산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5월 초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해서’(19.8%)였다는 점도 여권 핵심부에 충격을 줬다.

기조위원회가 20일 당4역 회의에 보고했던 ‘국정자문위원 수 확대 건의’는 여권의 조직재정비 작업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당의 외연(外延) 확대작업은 조직 직능 연수 홍보 여성 등 기구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분야는 역시 조직. 조직위는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이탈했던 전국 지구당 핵심간부 1300여명의 당 복귀를 추진 중이다. 또 올 2월 전국 지구당에 배포된 ‘조직강화지침’에 따라 연말까지 지구당별로 500명의 핵심당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한 지구당이 통책까지 임명할 수 있는 인원.

당은 더 나아가 내년 봄까지는 반책까지도 임명할 수 있을 정도인 56만명의 핵심당원을 양성할 방침이다. 조직위가 전국 지구당 당무감사를 마치고 49개 지구당에 대해 재감사 방침을 밝힌 것도 지구당을 선거체제로 시급히 전환시키기 위한 것이다.

직능위원회도 97년 대선 때 확보했던 22만명의 직능단체 회원들을 다시 묶어내기 위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직능위는 규제완화에 따라 직능단체총연합회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 단체 대표들뿐만 아니라 그 뿌리까지 파고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당내 여성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정치 여성연대’ 전국조직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당의 외곽조직인 연청도 회원 배가운동을 벌이고 있다.

<윤영찬·윤종구기자>yyc11@donga.com

▼한나라 與전략에 냉소적 반응

“해봐야 결과는 신통치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연말까지 지지 계층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소식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재정경제부 간부 출신인 임태희(任太熙)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22일 “7월 들어 청와대에서 ‘당장 시행할 수 없는 내용이라도 좋으니 명분 있는 정책은 다 내놓으라’고 각 부처를 다그친다고 한다”며 “이렇게 발표되는 정책이어서 겉보기엔 그럴 듯해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게 대부분”이라고 김을 뺐다.

그는 이어 “3년 안에 16조5596억원이 들어가야 하는 교육여건개선계획(20일 발표) 같이 예산확보나 관련법률 정비 없이 무턱대고 홍보부터 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물량 공세 식 정책 발표는 시간이 흐른 뒤 반드시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직 확대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돈만 들 뿐 별 효과는 없을 것이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문수(金文洙) 사무1부총장은 “정치라는 게 본래 정책이나 조직 등의 인위적 노력보다 자연스러운 민심의 흐름이 중요한데, 민심이 여권으로부터 떠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안간힘을 쓰면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비꼬았다.

홍문표(洪文杓) 사무2부총장은 “민주당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몰라도 우리측 지구당 동향 정보로는 민주당 쪽의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달 민주당이 우편으로 보내던 당보를 인편으로 보냈던데, 아마 일선 조직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중앙당이 직접 나서 일선 조직을 챙긴 것 같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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