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점〓김 위원장은 모스크바까지 8시간이면 되는 항공편을 마다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해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다. 그는 83년 이후 4차례의 중국 방문 때도 모두 열차를 이용했다.
국가지도자의 열차방문은 북한이 과거 사회주의 동맹국이던 러시아 중국과 세운 오랜 외교 전통이다. 김일성(金日成) 주석도 생전 9번의 러시아 방문 가운데 대부분 열차를 이용했다. 이 때문에 북-러 국경 하산역에 ‘김일성 가옥’이 지어졌고 86년 김 주석 방문당시 하산역에서 꽃다발을 준 소녀가 장성해서 이번에는 김 위원장을 맞았다. 하산역과 북한의 두만강 역을 잇는 철교 이름도 ‘드루쥐바(친선)철교’.
김 위원장의 이번 여행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직접 살펴본다는 의미도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사업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것.
김 위원장은 어린 시절을 보낸 하바로프스크는 지나쳤지만 31일 옴스크에 내려 군수공장과 육류가공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학기술의 중심지 노보시비르스크와 러시아에서 가장 서구화된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배울 점’이 있는 도시.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때도 상하이(上海) 등을 방문해 개혁 개방의 성과를 확인하는 ‘현장 학습’을 했다.
▽다른 점〓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중국 방문과 가장 다른 점은 사전에 공개됐다는 것. 그의 중국 방문은 방문 중에 드러나기는 했지만 공식 확인된 것은 귀국한 뒤였다. 반면 크렘린궁은 26일 김 위원장의 국경통과에 맞추어 방문 사실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는 것이나 철통같은 경호는 중국 방문 때와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은 하산역에서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 방문기간이 중국 방문에 비해 훨씬 긴 것도 차이점이다.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가 훨씬 멀다는 물리적 이유와 함께 최근 중국에 비해 소원했던 북-러 관계를 감안해 러시아측에 성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