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사는 또 "현재 남북간의 가장 큰 현안은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 문제"라며 "그러나 미국 정부가 계속 협의를 피한 채 '기다려달라'고만 이야기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사석이라고는 하지만 집권당 핵심인사가 이처럼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 1월 부시행정부 출범이후 대북한 정책을 둘러싸고 계속 엇갈리고 있는 양측의 간극 때문에 민주당 내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이들의 대미관(對美觀)이 친미(親美) 에서 비미(批美) 로 바뀌어 가는 듯한 인상마저 안겨주고 있다.
장성민(張誠珉)의원이 31일 폴 월포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의 CNN 인터뷰내용을 강력히 공개 비판한 것도 이같은 민주당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 장 의원은 "월포비츠 부장관이 북한을 최대의 군사적 위협국가로 지목하면서 한반도에서 내일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극언까지 한 것은 미 군부와 군수산업체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미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이 중심이 돼 국내문제에 관여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몹시 불쾌해하고 있다. 특히 디펜스 포럼에 가입한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황장엽(黃長燁)씨를 초청한데 이어, 미 하원의원 8명이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언론자유 억압을 우려하는 서한을 보낸 뒤 민주당의 분위기는 더욱 썰렁해졌다.
이런 가운데서도 민주당측은 미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에 대한 접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인 민주당 유재건(柳在乾)의원은 지난달 말 한국 언론 관련 서한 발송에 동참한 8명의 의원들에게 각각 E-메일을 보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얘기만 들어서는 안된다"며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유 의원은 이들과의 면담일정이 잡힐 경우 미국을 방문할 계획.
물론 미국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 의원은 "미국이 대북정책에 있어 냉온탕을 오가는 것도 미국의 이해에 기반한 하나의 전략" 이라며 "우리가 이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도 불만 토로에 앞서 "미 행정부의 현실 인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응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