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공동선언]외신 "답방 논의없어 한국 실망"

  • 입력 2001년 8월 5일 18시 27분


미국 등 주요국 언론은 4일과 5일 북-러 정상회담 소식을 주요뉴스로 다루며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미 언론은 5일 북-러 정상회담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유예 조치를 재확인한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지는 김 위원장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은)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는 국가에 위협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2003년까지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북-러 공동선언은 “러시아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규제하길 원할 뿐만 아니라 북한과 서방의 거래에 있어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승리”라고 분석하며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외부세계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써 러시아의 외교적 지위를 빛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칩을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김 위원장이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 유예를 다시 약속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미사일 방어계획의 근거를 훼손하기 위한 새로운 제스처”라며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북대화 재개 제의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BC 방송은 “김 위원장이 ‘대성공’이라고 평가한 공동선언은 소비에트 스타일의 표현과 미국에 대한 간접적 비판으로 가득 차 있지만 놀랄 만한 내용은 아무 것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두 지도자는 지난해 7월 평양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중국은 공동선언에 주한미군 철수요구가 포함된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은 4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통일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밝히고 북한측이 주한미군 철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도 주한미군 철수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북한측의 인식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최대 인터넷 뉴스 포털사이트인 신랑망은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별도 기사로 비중 있게 전하고 “북한이 주한미군 3만7000명의 철수를 아주 시급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풀이했다.

▽일본〓일본 신문들은 모두 회담사실을 5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고 해설을 곁들였다.

아사히신문은 김 위원장이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 동결을 재확인하고 북-러 양국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을 유지해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미국을 공동 견제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는 점을 평가했다.

북한은 군사면의 협력강화를 원했으나 러시아는 경제적인 실리를 챙기는 데 주력하는 등 양국간에 이견이 엿보였다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일부 신문들은 김 위원장의 한국방문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고, 예상치 않았던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성명에 들어간 데 대해 한국정부가 실망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베이징·도쿄〓한기흥·이종환·심규선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