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총재단회의에서 “(한국과) 전통적 우방인 미국 일본과의 관계는 악화되거나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가 주한 미군 철수 문제에 이해를 표한 것은 (우리) 정부의 외교적 입지 악화를 뜻한다”며 “한반도 주변 정세가 복잡해지고 있는데 우리 외교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 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북한의 주한 미군 주둔 필요성 인정을 들었는데 이 말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정부가 북한에 놀림을 당했다는 뜻으로 대단히 중대한 문제다”고 말했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과 최연희(崔鉛熙)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정책 성명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다시 동맹관계 수준으로 되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냉전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는 극단적인 대북(對北) 유화정책만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확대당직자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북-러 공동선언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언급한 것은 북-미 대화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한 고도의 외교적 언사’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위원장이푸틴대통령에게 의례적으로 주한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한 합의를 요구했을 것이고, 푸틴 대통령도 외교적으로 가장 소극적인 수준인 공감을 표시하는 선에서대응했을 것이라는 풀이였다.
한 당직자는 “언론사 사장단이 방북했을 때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에도 북한은 똑같이 주한 미군 주둔을 인정했다”며 “다만 대외적으로만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데 이는 생존을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이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고 하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훼손하기 위한 정략적 태도”라며 “외교와 남북문제만큼은 당리당략을 앞세우지 말고 국론을 모으고 국력을 결집시키는 데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자민련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북-러 공동선언은 우리가 크게 걱정해야 할 일인데 정부가 너무 편한 대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편을 들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