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공동선언과 남북관계에 대한 특별대담]

  • 입력 2001년 8월 6일 18시 28분


<<김정일(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4일 정상회담과 뒤이어 발표된 ‘모스크바 공동선언’이 소강 상태의 남북·북-미관계에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유호열) 교수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조명철) 박사의 대담을 통해 북-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짚어 본다.>>

▽유교수〓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과 공동선언 발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번에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북-미회담에 앞서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대미 지렛대를 강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조박사〓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개발의 명분으로 북한 미사일 문제를 거론해 왔다. 이 문제는 북한 입장에서도 대미관계 개선의 걸림돌이기도 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정립에 불편한 요인이었다. 북한과 러시아 양측 모두 이 문제에 대한 나름의 평가와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유교수〓남북관계 소강 원인은 대미관계가 교착된 것도 있었지만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에 대한 남북간의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력과 철도 문제 등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남북관계도 대화국면으로 진입할 간접적 돌파구를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조박사〓남북간 소강상태는 북한의 재래식무기까지 협상의제로 올린 미국의 강경입장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이런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유교수〓철도 연결은 러시아 국력으로만 하기 어려우며, 남한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우리에게도 많은 과제를 안겼다. 북한이 공동선언을 통해 테러를 부정하고 미사일의 평화적 이용 의지를 피력한 것은 북-미대화의 촉진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박사〓북-미관계의 초점은 제네바합의 이행문제라 할 수 있다. 현재 제네바합의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핵사찰 요구 등에 대해 시작단계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는데 보충형, 완성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면 북한도 러시아나 중국이라는 탈출로가 있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미국이 북-미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반격을 가한 것이기도 하다.

▽유교수〓철도 연결문제는 남북간에 철도가 이어지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경의선 복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조박사〓사회주의 국가였던 북한과 러시아는 내수 위주로 경제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기업과 공장 구석구석까지 철도가 들어가 있다. 산업간 연계가 잘 이뤄져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와 북한간 철도는 이미 연결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이번 철도 연결 합의는 한국측에 적극적인 투자를 권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유교수〓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러시아는 지난 10년간 개혁 개방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한반도를 통해 동북아지역 강국으로 재부상하는 계기를 찾으려 하고 있다.

▽조박사〓중국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한다고 해도 지난날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념적 공통성을 띤 무조건적 협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동선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회주의 이념과 사회주의 국가간의 단결을 기본 내용으로 했던 과거 성명과 달리, 국제법과 정의 등 새로운 세계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세계질서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한 것이기도 하다.

▽유교수〓김 위원장의 장기 열차여행은 아버지(김일성 주석)가 과거 소련을 방문했을 때 양측간의 협력관계를 추종하는 의미가 있다.

▽조박사〓이는 김일성 주석을 계승한다는 정통성 문제와 연결돼 있다. 또 방문지에서 김일성 주석이 구축했던 인적 라인을 복원하는 의미도 있다. 또 기차 여행이 현장학습의 기회도 많고 효과도 크다.

▽유교수〓북한이 최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북방 삼각관계를 구성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만 과거와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신냉전으로 흐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동북아 관련 6개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경쟁하는 국면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조박사〓북-러 공동선언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간의 알력관계가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이 이들 사이에 파고들 틈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관계가 과거로 복귀한다고 볼 수는 없다.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3국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한다고 해도 이는 경제적 이익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에 남한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정리〓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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