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의 이날 일정에는 붉은 광장과 트레차코프 박물관, 전쟁기념관 방문 등이 잡혀 있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날 오전 시내관광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메트로폴 호텔에 계속 머물러 ‘몸이 불편하다’는 관측도 나돌았다. 그러나 오후 2시45분경 “시내를 둘러보겠다”며 갑자기 숙소를 떠났다. 김 위원장의 행선지는 극비에 부쳐졌지만 크렘린궁으로 곧장 향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우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출발한 특별열차는 모스크바에 도착하기 직전 철로에 콘크리트 더미가 쌓여 있어 급정차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러시아 보안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모스크바 도착 직전인 7일 저녁 트베르시에서 이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보안당국은 특별열차에 앞서 2분전 안전확인 열차가 통과할 때는 이 장애물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누군가 특별열차를 표적으로 장애물을 설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만일 장애물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특별열차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탈선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탄 열차는 북한을 출발해 모스크바에 이르는 동안 수차례 투석을 당했으며 지난달 러시아 국경을 넘어선 직후 프리모르스크에서와 모스크바 인근에서는 투석으로 유리창이 깨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의 일리야 클레바노프 부총리는 이날 오전 2차 정상회담 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방러기간 중 김 위원장이 군사적으로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북-러 경제 통상 과학 기술 위원회 러시아측 위원장인 그는 “우리는 김 위원장에게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었을 뿐”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탱크와 로켓 공장을 시찰했으며 어떤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가 나중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같은 러시아 정부의 발표와 북한의 재정난을 고려해볼 때 김 위원장이 방러기간 중 대규모 무기 구입 계약을 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예정에 없던 2차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져 막판에 모종의 성과를 얻어냈을 것이란 추측도 일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