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대표단은 개막식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열릴 경우 참석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방북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당국의 처리가 주목된다.
남측 대표단은 이날 평양 고려호텔에 여장을 푼 뒤 북측과 행사일정 등을 협의했으나 북측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공동행사를 치르자”고 주장함에 따라 난항이 계속됐다.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남측 대표단 중 통일연대와 민주노총 소속 일부 인사와 소설가 황석영(黃晳暎)씨 등 150여명은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은 채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개막식에 참석했다. 북측은 이날 기념탑 앞에 2만여명의 군중을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관련기사▼ |
남측 추진본부 이수언(李秀彦) 대변인은 “북측이 일부 인사를 상대로 기념탑 행사 참여를 종용했다”며 일부 인사의 개막식 참석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북측의 해명과 재발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남측 추진본부 측은 한때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철수할 것을 검토했으나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당초 합의했던 21일까지 북한에 머물며 행사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안경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민족통일축전은 6·15공동선언의 승리”라며 “장군님(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중 ‘남조선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북남선언을 이행하겠다’고 말씀한 것은 우리민족의 자주통일 의지”라고 주장했다.
▼정부 "귀국후 책임 따질것"▼
정부 당국자는 “남측 대표단이 귀국한 뒤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참가자들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현재로서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부 입장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는 대표단이 기념탑 행사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믿고 평양에 보낸 것이어서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영식기자·평양〓공동취재단>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