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포항제철 한진그룹 등의 사례를 보면 세무조사는 전 계열사와 협력업체, 사주 일가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사법처리는 제한적이었다.
91년 11월 현대그룹 조사에서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 일가와 현대 계열사에 당시로선 유례가 없는 1361억원의 세금이 부과됐으나 검찰에 고발된 사람은 없다.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탈세’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
다만 이와 별개로 92년 4월 정몽헌(鄭夢憲) 당시 현대상선부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58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정 부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조세포탈) 및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박태준(朴泰俊) 전 회장은 검찰수사에서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이 나왔으나 일본에 체류 중이어서 기소중지 처리됐다. 박 전 회장은 이후 모친상을 당해 귀국했다가 94년 10월 불구속 기소됐지만 이듬해 8월 공소취소 처분을 받았다.
세무조사 관련 기업인 사법처리 결과 | |||||
세무조사 대상 | 추징세액 | 검찰 사법처리 | 1심 결과 | 항소심 결과 | |
대상자 | 내용 | ||||
현대그룹 | 1361억원 | 정몽헌 현대상선부회장 | 구속기소(조세포탈) | 징역 3년, 집유 5년 | 징역 3년, 집유 5년, 벌금 120억원 |
포항제철 | 730억원 | 박태준 전회장 | 기소중지(뇌물수수) | - | - |
황경로 전회장 | 구속기소(뇌물수수) | 징역 3년, 집유 4년 | 징역 2년6월, 집유 3년, 추징금 9200만원 | ||
유상부 부사장 | 구속기소(뇌물수수) | 징역 5년 | 징역 2년6월, 집유 3년, 추징금 1억600만원 | ||
한진그룹 | 5416억원 | 조중훈 한진그룹 명예회장 | 기소유예 | - | - |
조양호 대한항공회장 | 구속기소(조세포탈) | 징역 4년, 벌금 300억원 | 징역 3년, 집유 5년, 벌금 150억원 | ||
조수호 한진해운사장 | 불구속기소(조세포탈) | 징역 3년, 집유 4년, 벌금 15억원 | 징역 2년6월, 집유 3년, 벌금 1억2400만원 | ||
보광그룹 | 262억원 | 홍석현 중앙일보사장 | 구속기소(조세포탈) | 징역 3년, 집유 5년, 벌금 38억원 | 징역 3년, 집유 4년, 벌금 30억원 |
포철의 전 현직 임원 중에서는 황경로(黃慶老) 전 회장과 유상부(劉常夫·현 포철 회장) 부사장이 특가법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황 전 회장은 1심에서, 유 부사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유 부사장은 95년 9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정부투자기관 임직원을 공무원으로 간주, 가중 처벌하는 특가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아냈다.
검찰은 또 박 전 회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거래업체 대표 2명을 구속 기소하고 21명을 벌금 100만원씩에 약식 기소했다.
언론사 세금추징 사건 일지 | |
2월8일 | 국세청 세무조사 시작 |
6월29일 | 국세청, 동아 조선 국민일보 대주주와 법인, 중앙 한국일보 대한매일 법인을 검찰에 고발 |
7월7일 | 검찰, 언론사 실무자 첫 소환 |
8월1일 | 법인세 탈루 혐의 받는 피고발인 첫 소환 |
8월6일 |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 소환 불응 |
8월8일 | 동아일보 김병건 전 부사장, 국민일보 조희준 전 회장, 한국일보 장재근 전 사 장 소환 |
8월10일 |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소환 |
8월16일 |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 김병건 전 부사장,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국민 일보 조희준 전 회장, 대한매일 사업지원단 이태수 전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 영장 청구 |
99년 한진그룹 조사에서 조중훈(趙重勳) 명예회장은 고령에 지병이 있고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는 점 등이 참작돼 기소 유예됐다. 조양호(趙亮鎬) 대한항공회장은 특가법위반(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조수호(趙秀鎬·현 부회장) 한진해운사장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형제 동시구속은 면했다. 검찰은 국세청의 고발내용 중 ‘한진이 4억달러를 해외로 빼돌려 외환관리법 등을 위반했다’는 부분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보광그룹 세무조사에서는 사주인 홍석현(洪錫炫·현 회장) 중앙일보사장이 특가법위반(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홍 사장은 작년 8월 사면 복권을 받고 회장으로 중앙일보에 복귀했다. 홍 사장은 1심에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과세당국이 납부기한을 제대로 통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 무죄판결을 받았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