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도 수사기관의 ‘공격’(수사 및 기소)에 대해 자유로운 상태에서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법정신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깨고 구속을 하려면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대상자가 5명이나 되고 각자에 대한 수사기록이 워낙 방대해 영장발부 여부는 17일 오전 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 신문)를 거쳐 오후 늦게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절차〓서울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은 5명 모두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구속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피의자 및 변호인, 그리고 검사의 주장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서울지법 판사가 이날 구인장을 발부함에 따라 3명은 17일 오전 10시에, 2명은 이날 오후 2시에 법정에 나와야 한다. 형식적으로는 검찰이 구인장을 갖고 피의자들을 데려오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법정에 나가게 된다.
한 사람에게 1시간 이상 신문이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지법은 대상자의 가족 1, 2명도 함께 법정에 출석시켜 ‘탄원’할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신문이 끝나면 대상자들은 서울지검 청사로 가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게 된다. 영장이 발부되면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되고 기각될 경우 석방된다.
▽무엇을 심사하나〓영장실질심사 역시 재판의 일종이다. 보통의 재판이 기소된 ‘피고인’을 상대로 유무죄를 따지는 절차인 것과는 달리 영장실질심사는 기소되기 전의 ‘피의자’가 구속상태에서 조사받을 필요가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법원이 구속여부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 △혐의사실에 대한 검찰의 소명(疏明)이 충분한지 △중형선고가 예상되는지 여부 등이다. 여기에 피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 범행 후의 정황, 범행의 동기 등 다양한 정황들도 고려된다. 법원은 올 초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에서 검찰이 추호석 대우중공업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분식회계 과정에 더 깊이 연루된 다른 피의자에 대해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형평성 위반’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사전구속영장이란▼
정식 명칭은 ‘미체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에 청구하는 구속영장을 말한다. 보통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체포 또는 긴급 체포해 놓은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만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적절하지 않을 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전자는 피의자가 도망 중이거나 한번 체포된 뒤 풀려나 ‘재체포 금지의 원칙’에 따라 같은 혐의로 다시 체포할 수 없는 경우다. 이번 사건은 후자의 경우. 검찰은 피고발인 12명에 대한 조사를 순차적으로 모두 마친 뒤 기준을 세워 영장청구 대상을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