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 北지원 논란…野 "국내 극빈층이 먼저"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25분


여권 일각에서 급증하는 쌀 재고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대북 쌀 지원 방안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란은 국회 농림수산위 간사 민주당 장성원(張誠源) 의원이 23일 “쌀 재고 증가로 농촌에서 쌀값 폭락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남아있는 남북협력기금 3300억원으로 쌀 200만섬(30만t)을 사서 북한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촉발됐다.

그는 이어 “최근 농민단체 대표와 농협조합장들이 국회를 방문해 남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해와 27일 농림부와의 당정협의때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의 발언은 현재 우리나라 쌀 재고량이 735만섬(105만t)으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권장량인 530만섬을 초과한 데다, 올 가을 추수가 시작될 경우 1000만섬 수준으로 급증하게 돼 처리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는 점을 감안한 것.

특히 올해도 풍작이 예상되자 이미 농촌지역에서 현재 가마당 15만∼16만원선인 쌀값이 13만∼14만원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여권측은 평양 통일축전행사로 대북 여론이 악화된 상태에서 장 의원 발언이 공연한 분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쌀값 폭락 방지’라는 민생현안과 ‘퍼주기식’ 대북지원반대라는 기존 당론사이에서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24일 당3역회의에서 “북한에 원조를 주는 것도 좋지만 소득없는 노령층과 결식아동 등 국내 극빈자들을 먼저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소규모 지원은 가능하지만 대규모 지원은 신중해야 한다. 면회소 설치 약속 이행 등을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고 ‘조건부 지원’을 시사했고 농림수산위 소속인 이상배(李相培) 정책위부의장은 24일 한걸음 더나아가 “달러를 퍼주고 경수로를 만들어주는 것보다는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쌀 지원 문제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주장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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