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국정진단 초심과 현실 5]공공개혁 왜 겉도나

  • 입력 2001년 8월 30일 18시 37분


현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 중 가장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부문이 공공개혁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서슬퍼런 개혁의 칼을 들이대면서 정작 제살깎기에는 솔선수범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공공개혁의 핵심은 공기업 민영화와 경영 혁신. 정부는 집권 후 올해말까지 줄여야 할 인력 14만3000명 중 13만여명을 정리했다고 설명한다.

공기업 산하기관의 자율경영혁신 계획 및 전자정부 추진 실적도 목표인 1906개 과제 중 536건을 8월20일까지 완료했다는 것. 어느 정권도 이루지 못한 과감한 개혁이라고 정부측은 주장하지만 공공개혁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리돼야 할 공기업 자회사는 61개지만 집권 후 3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정리된 곳은 20개 정도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초 개혁관련 주요발언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초 개혁관련 주요발언

일 시언 급 내 용비 고
1998년 2월25일국민의 정부가 대기업과 이미 합의한 5대 개혁, 즉 기업의 투명성, 상호지급보증의 금지, 건전한 재무구조, 핵심기업의 설정과 중소기업에 대한 협력, 그리고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책임성 확립은 반드시 관철될 것입니다. 취임사
1998년 2월25일청소년들은 과외로부터 해방되고, 학부모들은 과중한 사교육비로부터 벗어나게 하겠습니다. 지식과 인격과 체력을 똑같이 중요시하는 지·덕·체의 전인교육을 실현시키겠습니다. 취임사
1998년 3월10일 정부도 기업입니다. 국민이 세금으로 투자한 만큼 정부에서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민간기업보다 더 좋은 성과, 서비스가 나와야 합니다.국무회의
1998년 4월6일사업 현장에서 성공한 사람을 국영기업체의 장으로 영입해야 합니다. 역시 장사해 본 사람이 장사를 잘하는 것입니다. 경영은 사업을 해본 사람이 잘합니다.국무회의
1998년 6월5일과거와 같이 (경제)부총리 제도를 두어 부총리가 예산, 금융, 외환, 세무 모든 경제 분야를 한손에 쥐고 끌고 가던 일종의 경제대통령의 역할을 하던 시대를 염두에 두어서는 안됩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1998년 8월15일불필요한 정부규제를 과감히 줄이고 기업·금융·노동·공공부문 등 4대 분야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낼 것입니다.8·15경축사

그러나 공공개혁에 대한 신뢰를 가장 떨어뜨리는 이유는 수그러들줄 모르는 ‘낙하산 인사’ 관행. “사업 현장에서 성공한 사람을 국영기업체의 장으로 영입해야 한다”(98년4월 국무회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집권 초기 다짐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13개 정부투자기관의 역대 사장 중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95%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인물 중에도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경쟁이라는 잣대와 합리적인 선임 절차 측면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들은 공개 경쟁이 아닌 밀실 인사에 의해 선출되며 이 과정에 혈연 학연 지연 등 온갖 정실이 작용하게 된다.

더욱 납득되지 않는 점은 공공부문 개혁 과제에서 ‘낙하산 인사 근절’은 아예 빠져 있다는 사실.

공공개혁의 모범 국가로 꼽히는 영국에서 한 재무부 국장급 관료가 98년 방한했다. 그는 한국의 공공개혁 계획을 보고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예언했다.

“어떤 주체이건 스스로를 수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제 몸에 칼을 대겠는가. 시늉만 할 뿐이다. 정부 수술은 의회든, 임시 특위든 외부에서 집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영국 뉴질랜드 모두 그렇게 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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