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는 임 장관의 진퇴 여부와 관련 없이 대북 포용정책의 큰 틀은 유지되리란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통일과 민족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DJP 공조위기까지 감수한데서 이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장관이 대통령 특보 등의 형태로 대북정책을 계속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북대화의 속도 및 방법에 있어서는 일정부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다.
국회 표결에서도 나타났듯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치권과 국민 내부의 보-혁 갈등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향후 대북정책은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민여론 수렴과정을 중시해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를 변함 없이 지원해줄 후원군을 잃었다고 판단해 남북대화에 소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이 임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일 전격적으로 남북 당국대화를 제의한 것도 ‘대화 상대’인 임 장관을 잃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임 장관 해임안 가결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남측 정치상황에 따라 급격히 흔들리고 있으며 현정권이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어서면서 대북지원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남북대화에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다만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남북 접촉을 어느 선까지는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번 임 장관 해임안 가결로 남측 내부의 대북정책 추진기반이 무너졌다는 인상을 가질 수 있다”며 “북한이 당국대화를 제의해온 만큼 북측의 이런 인상을 불식하고 남북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