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한실장 교체 유력

당정개편이 임박하면서 여권 내에서는 개편 방향과 내용을 둘러싸고 갖가지 논의가 분분하다.

▽‘빅 3’ 전면 개편 여부〓김중권(金重權) 민주당 대표와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은 교체가 유력시된다.

문제는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거취. 청와대는 5일까지도 이 총리의 유임을 희망하는 분위기이나, 자민련이 이 총리의 총리직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공개적으로 교체론이 제기돼 이 총리로선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이날 “아무리 도의가 떨어진 상황이지만 이 총리가 내각에 남아 총리할 상황이냐”고 노골적으로 이 총리의 자민련 복귀를 요구했다. 민주당도 이날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총리를 포함한 당-정-청의 전면 쇄신을 공식 요구했다. 사실상 이 총리의 경질을 촉구하는 듯한 논평이었다.

이 총리는 이날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한 JP가 6일 귀국하면 JP의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거취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교체될 경우〓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여권 관계자들도 이 총리의 유임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대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동교동계 일각에선 이홍구(李洪九) 전 주미대사, 홍일식(洪一植) 전 고려대총장 등을 총리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이 전 주미대사는 차기 대선구도와 무관한 데다, 야당 내에도 지인들이 많아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이 최적임자로 꼽고 있다는 것. 이들의 이런 인식엔 민주당 내에서 후임 총리를 발탁할 경우 여권 내 차기 경쟁을 조기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수성(李壽成) 전 국무총리를 거론하는 여권 인사들도 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나 JP와 가까운 사이라는 점과 화합 이미지가 이 전 총리의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거부감이 강한 게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주당 대표〓한광옥 실장과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이 실세형 대표로 거론된다. 그러나 한 최고위원은 최근 김 대통령을 만나 당권보다는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동교동 핵심인사들이 4일 저녁 모임을 갖고 한 실장을 대표로 미는 방안에 대해 깊숙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김원기(金元基)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과 조세형(趙世衡) 김영배(金令培) 전 총재권한대행 등도 대표 후보로 거명된다. 드물지만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이나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 등 개혁성향이 뚜렷한 인물을 내세워 정국을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장〓한 실장이 바뀔 경우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은 민주당 일각에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본인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수석 주변에선 오히려 조승형(趙昇衡) 전 헌법재판관, 조세형 전 총재권한대행 등 ‘의외의 인물’ 기용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 수석은 입각설도 나돌고 있다.

▽개각〓진념(陳稔) 경제부총리가 개각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 진 부총리는 현 상황에서 ‘경제팀 수장(首長)’을 바꿀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어 일단은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

그러나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악재가 워낙 많아 개각폭이 클 경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경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질된다면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이나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옮겨올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또 자민련 출신으로 경질이 확실시되는 김용채(金鎔采) 건설교통, 한갑수(韓甲洙)농림, 정우택(鄭宇澤) 해양수산부 장관의 후임도 관심사. 농림부장관의 후임으로는 전직 차관들과 농림해양위 소속 민주당 의원 등이,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에는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장승우(張丞玗) 금융통화운영위원과 홍승용(洪承湧) 현 차관 등이 각각 거론되고 있다.

<윤승모·권순활·윤영찬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