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중 관계는 남북한 관계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자간 관계에 머물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장 주석의 북한 방문은 주변국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우선 장 주석은 김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혀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김 국방위원장이 이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단 그의 서울 답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 주석은 북한의 미국 일본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지지함으로써 김 국방위원장이 이들과 적극적인 외교활동에 나서도록 촉구했다. 미 국무부도 4일 이 같은 소식에 고무됐다면서 다시 한번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장 주석 방문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경제부문에서 찾을 수 있다. 장 주석은 이번 방문시 식량과 에너지, 생필품 원조를 북한측에 약속했으며 원조규모가 최소 수백만달러에서 수천만달러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주석의 이 같은 ‘선물’은 북한의 ‘친(親)중국화’ 경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신화통신과 CCTV 등 중국 언론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김 국방위원장이 중국의 오랜 원조에 감사를 표했다는 내용을 특별히 부각시켜 보도했다.
또 김 국방위원장이 △선진사회 생산력의 발전 요구 △선진문화 발전 방향 △광대한 인민의 근본이익 대표 등 장 주석의 3대 대표론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라고 풀이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북-중 교역이 활발해지는 등 양국간 경제교류가 크게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북-중 교역액은 97년 6억56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줄어들었다. 북한의 외화부족 및 중국의 달러결제 강화조치 등으로 98년 4억1300만달러로 줄었으며 지난해에는 4억8800만달러에 머물렀다.
다만 100명 정도로 알려진 중국 방문단 가운데 경제관료는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부장 등 3∼4명에 불과해 경제보다는 정치 목적의 방문이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장 주석도 북한과 외부세계의 대화를 강조하기는 했으나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