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서울 신당동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 자택을 방문해 “당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여분간의 만남에서 JP가 “신임 각료 임명제청을 마친 후 돌아와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대답이었다. JP는 일본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이를 재확인, 이 총리의 총리직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오전 9시쯤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15분간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났다. 한 실장은 “유임해 달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후인 오전 10시10분쯤 이 총리는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해 1층 로비의 목가공품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 총리는 “김 명예총재에게 당으로 복귀하겠다고 약속한 게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청사에 나오지 말아야겠다. 뭘 물어봐도 대답 안 해”, “그런 것은 얘기하는 게 아냐. 사람들이 (왜 그렇게) 양식이 없어”라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어 다시 유임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인상을 풍겼다.
3~5일 이한동 총리의 행보와 말 | ||||
3일 오후 3시45분 정치도의적으로 가장 올바른 길을 선택하겠다. (총리공보수석을 통해) | ||||
4일 오후 4시 경기 포천 생가 방문 및 선영 성묘 〃 7시 대북 포용정책은 성공했다. (포천 지방의원 연수행사에서) 〃 8시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총리 유임여부를 묻자) | ||||
5일 오전 7시 당으로 돌아가겠다. (신당동 JP 자택에서, JP의 전언) 〃 9시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과 면담. 〃 10시10분그런 것 얘기하는 게 아냐. (당 복귀여부를 묻자) 〃 11시 총리로서 마지막 사인이 될 것 같다. (장애인부모대회 행사 방명록에 서명하면서) 〃 11시30분그게 내가 결정할 문제냐. (총리로서 마지막 행사냐는 질문에) 오후 2시 45분 JP 뜻에 따르겠다. (김용채 건설교통부장관의 전언) |
이어 오전 11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전국 장애인 부모 대회에 참석한 이 총리는 방명록에 서명하며 “이것이 총리로서 마지막 사인이 되겠군”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한 여성참석자가 “무슨 말씀이세요. 오래 하셔야죠”라고 말하자 이 총리는 “그럴 리가 없을 겁니다”라고 부인, 총리직 사퇴를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행사 후 “오늘 행사가 총리로서 마지막이냐”고 기자들이 묻자 “그것이 내가 결정할 문제냐”며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하지만 오후 2시45분쯤 이 총리와 집무실에서 20분쯤 면담하고 나온 김용채(金鎔采) 건설교통부장관은 기자들에게 “이 총리가 JP의 뜻에 따르겠다고 명쾌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반면 오후 늦게 이 총리를 면담한 자민련의 전현직 의원 가운데는 “아직도 정확한 의중을 잘 모르겠다”고 전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박성원·부형권기자>swpark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