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보고를 받은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보고를 접하고 굳어진 얼굴로 입술만 깨물었다고 동행한 인사들이 전했다. 함께 방일했던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JP는 보고를 받기 전까지도 ‘이 총리가 (총리로서) 남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세상사는 신의(信義) 등 여러 얘기를 했다’며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이 총리의 잔류 결심은 JP와 교감이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긴급 확대당직자회의에선 “잠시나마 이런 분을 당총재로 모신 것이 부끄럽다” “순간을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했다”는 등 격한 발언이 이어졌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회의 직후 “이 총리를 유임하도록 만든 모든 사람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내겠다는 이 총리 해임건의안도 (자민련과 공조로) 통과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는 “당을 떠나지는 않고 당원으로서 도리를 다하겠다는 이 총리의 말이 무슨 뜻이며, 청와대는 어떤 생각에서 이렇게 하는지 더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이 총리가 지난해 5월 총리에 임명됐을 때 명예총재를 압박해 뜻을 이룬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사무처 요원이 사무실에 걸린 이 총리의 사진을 떼어내 바닥에 팽개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JP가 이 총리의 결심을 사전에 알았지만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자민련 관계자들도 없지 않았다.
<박성원·이철희기자>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