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본 한국정치]"대통령 의욕과잉 실패 불러"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42분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정치발전분과는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주한 외국인사들을 초청해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정치와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진단 및 평가를 들었다. 다음은 이날 주제 발표 및 토론 요지.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정치가 안정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외국인들이 한국경제에 투자를 한다. 기업들이 법을 지키면서 투명하게 운영하려면 먼저 입법가들이 법을 잘 지켜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상적인 법이 많아 현실에서 지키기 어렵다.

‘비난 문화(Blame Culture)’가 너무 심하다. 대우자동차 협상 등 주요 현안에서도 지도자들이 여론을 잘 이끌어야 하는 데 비난이 두려워 책임 있게 나서는 사람이 없다.

▽마이클 브린 버슨마스텔러 한국부사장〓대통령 업무를 배우는 데 1년, 레임덕 1년을 빼면 한국 대통령의 실질적인 임기는 3년뿐이다. 이 기간에 대통령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같은 업적을 쌓도록 요구받는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실패한 대통령 신드롬(Failed President Syn-drome)’이 계속되고 있다. 권력의 상징으로서 대통령의 이미지를 약화시켜 과도한 기대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오히려 “내 임기동안 모든 걸 완수하겠다”고 말해 기대감을 너무 키웠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토론의 부재다. 정부 각 부처는 아무런 예고 없이 중요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정치권은 법안들을 제대로 된 토론 없이 통과시킨다. 소신에 따르거나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투표를 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국정치의 문제점이다.

▽고미 요지 도쿄신문 한국지사장〓김 대통령은 지식이 많지만 이것이 약점이기도 하다. 아랫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직언을 할 수 없는 분위기인 데다 김 대통령은 아랫사람의 말을 1분 이상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제도에서 대변인제는 문제가 있다. 각종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변인들이 나와 말다툼을 벌이는데 선진국에서는 당수가 직접 나선다. 이렇게 해야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수권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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