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감은 국정 전반의 썩은 냄새를 예리하게 파고들어 큰 성과를 거둔 국감이었다.”(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 의원)
‘이용호 게이트’와 안정남(安正男) 전 건설교통부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제기로 뒤덮인 채 29일 마감한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번 국감은 이 같은 의혹 공방이 아니더라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직접 언급한 영수회담이 끝내 열리지 못할 만큼 여야간에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실시됐을 뿐만 아니라, 여야 모두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감사에 임해 애당초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대선을 의식해 현 정권을 ‘실패한 정권’으로 몰아붙여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특정지역 특정계보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에 따른 총체적 부패가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국감에 대한 평가가 대조적인 만큼 국감의 역할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도 컸다.
민주당은 “아무리 야당과 언론이 ‘정언(政言) 유착’의 고리를 형성, 무책임한 폭로 위주의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한다 해도 우리는 건설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감 무용론까지 나올 만큼 현재와 같은 국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한나라당은 반대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국회가 상시국회화하면서 일상적인 국정 감시는 2, 4, 6월의 임시국회에서 상당부분 이뤄지는 만큼 정기국회 국감은 주요 현안과 의혹 사안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산하기관에 대해서는 임시국회 때 미리 감사하고 정기국회 때는 본부 감사에 주력하겠다. 필요하면 법 개정도 추진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국감의 강도를 국정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뜻이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