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결별 ‘小與의 설움’… 한나라-자민련 밀월 과시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42분


DJP공조가 와해된 상태에서 실시된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은 자민련이 주요 현안마다 한나라당과 ‘원내 공조’를 펴는 바람에 ‘소여(小與)’의 설움을 실감해야 했다. 상임위 곳곳에서 한나라당측이 자민련을 등에 업고 ‘표결 불사’ 위협을 하는 바람에 민주당측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야당안에 합의해주는 모습이 속출했다.

정무위에서는 17일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씨를 비롯한 3명의 증인채택을 요구하자 민주당측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극구 반대하다가 자민련 안대륜(安大崙)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표결을 요구하자 결국 증인채택에 합의했다.

한나라당측이 내친 김에 21일에도 3명의 추가증인 채택을 요구하자 민주당측은 “다수파가 됐다고 증인을 맘대로 부르는 것은 횡포”라며 저항했으나, 여야 간사 협의에서 이들에 대한 증인채택도 합의됐다.

27일 정무위에서는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이 “검찰로부터 수신한 금감위의 계좌추적 협조의뢰 공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다 민주당측이 반대하자 “문서검증을 의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정부·여당측의 협조 약속을 얻어내기도 했다.

문화관광위에서도 11일 한나라당측이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과 손영래(孫永來) 국세청장 등 7명의 증인채택을 정식안건으로 상정하자며 표결처리를 요구, 민주당측과 힘겨루기를 벌였으나 결국 민주당측의 양보를 얻어냈다.

같은 날 재정경제위에선 민주당 의원(9명)과 민국당 강숙자(姜淑子)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안정남(安正男) 건설교통부장관과 5개 언론사 세무조사 팀장의 증인채택안이 한나라당 의원(10명)과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의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서 11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동참 속에 한나라당측이 요구한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감청대장 열람안이 가결된 것은 DJP 공조 와해를 상직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행정자치위의 26일 경찰청 국감에선 한나라당측이 ‘이용호 게이트’의 배후로 여권실세 K씨와 K의원 등을 자꾸 거론하자 민주당측이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감에 응하지 않겠다”며 반발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법령집을 뒤적이며 “그럼 우리끼리 진행하지”라며 느긋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27일 문광위의 국정홍보처 감사에서는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의원이 박준영(朴晙瑩) 처장을 매섭게 몰아붙이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가 할 게 없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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