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합의 안팎]양당총무 막판까지 氣싸움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46분


“국회가 파행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가 15일 오전 11시45분경 속개된 국회 본회의에서 딱딱한 표정으로 빠르게 ‘여야 합의 사과문’을 읽었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대통령 사퇴 촉구’ 발언으로 닷새간 파행됐던 국회가 단 5초간의 ‘유감 표명’으로 정상화되는 순간이었다. 이 한마디를 놓고 여야는 관련 장관들과 공무원들을 국회에 대기시켜 놓은 채 며칠동안 지루한 줄다리기를 거듭했었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와 한나라당 이 총무는 이날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의 중재로 두 차례 총무회담을 갖고 △국회 파행에 대한 이재오 총무의 사과 △속기록에서 안 의원의 문제발언 삭제 △국회의장의 주의촉구 발언을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합의했다.

합의는 난산이었다. 오전 9시반부터 총무회담이 열렸으나 10시20분경 이재오 총무가 얼굴을 붉히며 회담장을 빠져나가 의원총회장으로 직행, 회담 결렬을 보고했다. 10시40분경 열린 두번째 총무회담에서 ‘11시20분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하기까지는 이 의장이 “양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열겠다”고 단언한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합의 사실을 발표하는 장면은 매끄럽지 못했다. 이재오 총무는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고, 이상수 총무는 이 의장에게 “의장을 믿을 수 없으므로, 속기록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삭제할 것인지 명시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이 의장은 기자들 앞에서 삭제 부분을 일일이 읽어야 했다.

이어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야당이 또다시 치고빠지기 식으로 문제를 일으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대책도 없이 들어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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