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왜 신당설 부인할까…여론 싸늘-일단 한발 물러서

  • 입력 2001년 10월 23일 18시 49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22일 대구에서 신당창당 추진설에 쐐기를 박은 것은 그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의 두 차례 회동 이후 신당 창당설은 날로 확산됐지만 YS측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YS의 직계부대였던 옛 민주계 인사들조차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인 데다 JP와의 연대에 부정적인 부산 경남지역 여론이 전해지면서 YS로서는 적절한 해명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YS로서는 내년 대선정국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폭넓게 열어둠으로써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YS의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이 22일 밝힌 대로 언제 우리가 신당을 만든다는 얘기를 한 적도 없는데 설(說)만 증폭된 것 같다”며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확실한 선택을 하면 되지 굳이 신당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 창당설이 확산된 계기가 된 7일 밤 JP와의 회동은 JP가 ‘자민련 총재직 복귀문제와 관련해 미묘한 사안이 있어 설명할 게 있다’고 해서 이뤄졌으며 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한 게 아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YS의 신당 창당설 부인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측은 “국민이 야권분열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나아가 내년 대선에서 YS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암시한 게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도 있었다.

한편 자민련은 “대통령까지 지낸 입장에서 ‘직접’ 나서 신당을 만들 처지는 아니라는 뜻일 것”이라며 JP와의 협력 의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해석했다.

그렇지만 영남권의 여론이 한나라당을 제쳐놓고 두 사람이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듯한 기류에 호의적이지 않은 만큼 YS에게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박성원·김정훈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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