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 한겨레기자 책 파문]"계획된 탄압 입증"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36분


언론사 세무조사가 현 정권의 치밀한 계획 아래 추진됐다는 한겨레신문 성한용(成漢鏞) 기자의 저서 ‘DJ는 왜 지역갈등 해소에 실패했는가’가 출판되자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우리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반겼다. 그러나 민주당은 “설사 특정 인사가 특정 신문사에 대해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하더라도 이를 언론사 세무조사와 직접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쟁점화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25일 언론자유수호비상대책특위(위원장 박관용·朴寬用)와 권철현(權哲賢) 대변인,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이 논평과 성명을 잇따라 내고 “현 정권의 언론탄압 실상이 밝혀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우리 당은 앞으로 이 나라 언론자유와 조세정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가일층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고, 장 부대변인은 “저서에 특정 언론을 작살내겠다고 말했다는 익명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정체를 국민 앞에 밝히고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손학규(孫鶴圭) 의원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공평과세, 정도세정 원칙에 따라 실시했다는 국세청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며 “특히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이 ‘언론사 세무조사는 청와대와 절대 관련 없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지적했다.

안택수(安澤秀) 의원도 “언론사 세무조사는 청와대의 지시로 국세청이 하수인이 되어 실시됐다는 우리 당 주장이 그대로 확인됐다”며 “지금부터라도 진상 규명을 위해 본격적인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영균(申榮均) 의원은 “그동안 언론개혁을 주장해온 한겨레신문의 중견 기자가 그런 증언을 했다는 데 주목한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20일 동안 단식을 했던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언론탄압 음모가 각본대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현 정권은 언론사 대주주를 석방하고 비판적 언론인 제거 및 언론사 경영압박 등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정부 여당의 주장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만큼 책임있는 당국자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회의에선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전하고, 저서에 소개된 청와대 관계자들의 언론 관련 발언에 대해선 “사석에서야 무슨 얘긴들 못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저서에 실린 일부 신문의 지역감정 자극과 여론의 언론개혁 요구는 싹 뺀 채 세무조사의 정치적 의도 부분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어떤 한 기자의 책 내용을 가지고 정치적 공세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는 “성 기자의 저서가 어제오늘 발간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10·25 재·보선을 의식해 성 기자의 저서를 여권 비판 소재로 활용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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