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쇄신 요구를 둘러싼 민주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복안과 일정은.
내일 최고위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브루나이를 다녀온 뒤 의원들을 자주 만나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지도자(대통령)가 비공식 요청을 받거나 누가 누구를 비난한다고 해서 즉각 하면(실행에 옮기면) 신뢰성,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당한 충고나 제언, 요청은 들으실 각오가 돼있다. 당 공식기구에서 절차를 밟아 건의하면 수용할 마음의 자세가 돼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에서 여러 요청이 있는데 여러 가지로 수용할 것은 할 것이다.
-당 일각에선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청와대정책기획수석에 대한 인적쇄신 얘기가 나오는데.
나는 어느 누구든 잘못과 비리가 있다면 인사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박 수석은 같이 일하고 있고, 권 전최고위원은 당의 원로인데 구체적인 잘못이 뭐냐하는 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도자가 그런 요청이 있다고 해서 그때 그때 버리면 누가 지도자를 따르겠느냐. 권력전횡이 구체적으로 있다면 대통령이 판단할 것이다. 내가 판단하건대 뚜렷한 것이 없지 않느냐. 밤낮 K,K 하는데 밝혀진 게 뭐가 있느냐. 박 수석은 한빛은행 어쩌고 했는데 뭐가 있었느냐. 대통령이 그 점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대통령이 장관이나 보좌팀, 당직자들을 통솔하는데 한쪽에서 (특정인이) 나쁘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쉽게 버리면 어떻게 하겠느냐. 체계도 안 서고, 지도성 문제가 부각된다. 평생 고락을 같이 했으니까 끼고 돈다는 생각보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나까지 포함해 대통령이 결심하지 않겠느냐.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
대선후보 결정시기나 방법 등 정치일정과 지방선거, 심지어 당 조직, 인적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당이 중심이 되어 당의견을 내면 받아주지 않겠느냐. 어디까지나 정치는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당에서 의견을 모아 가져오면 심각히 판단하실 것이다. 상당히 열려있다.
-개각은 있는가.
내일 장관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말하면 안된다. 지금 예산국회가 열려있고 하는데, 개각은 필요한 시기에 (대통령이) 하시겠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장관들이 지금 각 부서별로 얼마나 일이 많으냐. 교육부만해도 전교조 일이 얼마나 복잡하느냐.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어렵다는 말인가.
그렇게 봐야 한다.
-대통령의 입장은.
대통령은 현 체제 유지가 아니라 새벽21 이 어떻고, 뭐는 어떻고가 아니라 당에서 올리면 심사숙고해 결정하실 것이다. 정치는 어디까지나 당에서 해야 한다. 비서실도 의견이 있으나 우리선을 넘어서 관여는 않을 생각이다.
-선거 결과를 보고했나.
정치에서 사실보다는 국민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정치는 모르겠다. 회의감을 느낀다. 의혹이라고 해도 국민은 진실로 믿는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서민이나 중산층, 일반 국민에 대한 정책을 잘 했다면 국민이 (그런 의혹을) 받아들였겠느냐고 보고 있다. 10·25 재·보선이 끝난 뒤 경제 DJP공조 붕괴 야당의 폭로공세 등 주로 바깥 쪽의 원인을 분석해 보고했더니 대통령은 우리 내부의 원인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서민층, 중산층에 대해 우리가 확실히 했느냐 고 하더라. 야당이 의혹이나 비리, 조폭정권이니 뭐니 했더라도 내부 잘못이 없었는가의 관점에서 보더라.
-어제 대통령에 대한 보고는 상황보고와 푸는 법에 대한 보고 중 어느 쪽이었나.
두 측면 다 있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사의를 표명할 의사는.
분명히 얘기하는데 나는 평생 학자였다. 청와대 수석이나 실장이 스스로 사표를 내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분명히 잘못 모신 측면이 있으나 사표를 내 행정공백을 초래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누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 나는 어느 직장이든 오래 근무한 적이 없다. 언제든 필요없고,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라면 떠난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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