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외교 솜방망이 처벌 예상]고위직 징계논의조차 않는다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4분


주한 외국경제인 간담회
주한 외국경제인 간담회
외교통상부가 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망신외교’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 검토작업에 들어갔지만 전례에 비추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대두돼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위는 이날 주중 대사관과 선양(瀋陽)영사사무소의 실무책임자들을 외교부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방침을 모았으나 정작 주중(駐中) 대사 등 고위직 간부들에 대한 문책 여부는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부실장급 및 특명전권대사 등 고위직 간부들은 인사위가 징계요청을 할 경우 국무총리실 산하 제1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데 이들에 대한 징계 요청 여부를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여론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인사위의 처벌요청을 받아들여 징계범위를 결정할 징계위원회는 외교부 고위 인사 5∼7명으로 구성되며 가까운 시간 내에 소집될 예정. 과거의 경우 징계위는 보통 소집에서 징계결정까지 1주일∼한달 정도 걸렸다. 징계의 단계는 경징계(감봉, 견책)나 중징계(정직, 해임, 파면), 직위해제 처분 등.

이번의 경우 문책대상자들이 ‘중국측이 보낸 사형재판 일정 및 확정판결문을 직접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커 소명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제기될 게 뻔하다.

이에 대해 외교부의 한 관리는 “전례에 비추어 징계위가 혐의자들을 일정기간 직위해제 상태로 지내게 한 뒤 다시 보직을 내주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결국 처벌 자체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올 2월 비자발급 관련 부조리 혐의로 중국에서 소환된 것으로 알려진 K총영사의 경우 6월말 구(舊)외무공무원법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 중앙징계위에 회부된 후에도 4개월이 넘도록 최종 징계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제성호(諸成鎬) 중앙대 교수는 “외교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외국민의 인권보호를 책임지는 조직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차원에서도 일부 하위직 실무자들만 처벌하는 안이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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