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당무회의 직전까지만 해도 비상기구 구성문제를 놓고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 진영 대 반(反)이인제 진영, 동교동계 대 쇄신파 간에 큰 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논의는 큰 이견 없이 싱겁게 끝났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한 뒤 처음 열리는 당무회의에서까지 비상기구 구성 문제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싸우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각 세력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결의 내용의 골자는 △특대위 구성 △성격을 자문기구로 할 것 △한광옥(韓光玉) 대표에게 구성 위임 등 크게 세 가지.
먼저 정세균(丁世均) 기조위원장이 특별대책위의 성격을 자문기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한 뒤 논의는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윤수(李允洙) 의원이 기구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성격은 뭔지, 인선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자고 핵심적 내용을 제안하면서 가닥이 쉽게 잡혔다.
쇄신파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은 “최종결정은 당무위가 된다. 당무위가 모든 것을 논의하는 만큼 자문기구로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자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라 각 계파의 대표성을 가진 분들을 참여시키자”고 첨언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공정하게 인선하지 않으면 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치자 김경재(金景梓) 의원 등이 “공정한 인선을 하겠다는 총재권한대행의 약속을 담보로 위임하자”고 분위기를 몰아 결국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2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될 특대위는 정치일정 문제와 당헌 개정 등 주요 당무에 관해 당무위원회의 지휘를 받는 자문기구로 결정돼 당초보다 위상이 크게 격하됐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