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신승남 탄핵법안 공방]"안보책임자 정치제물 삼다니"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36분



여야는 22일 ‘게이트 정국’과 관련된 두 개의 전선(戰線)에서 한치 양보없이 불꽃 튀기는 공방을 벌였다.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을 탄핵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야당측의 탄핵대상 공무원법의 입법을 둘러싼 공방은 여당의 반격을 야당이 되받아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반면 진승현(陳承鉉) 전MCI코리아 부회장의 ‘총선자금 살포설’을 둘러싼 논전은 야당의 공세를 여당이 맞받아치는 양상이었다.

우선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공조해 추진하기로 한 탄핵대상 공무원법 입법에 대해 민주당측은 ‘정략적 공세’라며 반격에 나섰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야당의 책임있는 당직자가 검찰총장과 국정원장이 사퇴하면 탄핵 입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입법 자체가 제도적 관점이 아니라 특정인의 진퇴를 겨냥한 정치 공세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입만 열면 국가 안보를 중시한다던 두 야당이 안보의 핵심 요소인 정보 책임자를 국내 정치 제물로 삼고 무력화하려는 것은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두 야당은 국가생존의 방식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훨씬 더 높고 넓은 안목에서 이 문제를 봐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기자들과 만나 “정치 공세 운운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자의적인 발상”이라며 “야당의 (탄핵대상 공무원법) 입법은 검찰과 국정원을 바로 세우기 위한 조치로 내년 정권이 바뀌어도 유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잇따른 의혹사건에 책임이 있는 신 원장과 신 총장은 이미 자기 직분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국정원과 검찰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물러가야 한다”고 퇴진 압박 공세를 계속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즉각 두 기관 책임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승현 부회장이 지난해 여야의원들에게 총선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여야는 한층 격렬하게 맞섰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는 궁지에 몰린 현 정국을 물타기를 통해 탈출해 보려는 전형적인 공작적 행태”라며 “우리는 이런 움직임들이 ‘야당에 대한 사정설’, 더 나아가 ‘정계개편음모설’의 단초로 비화될지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예전에 간첩 잡으라는 안기부 예산을 1200억원씩이나 빼돌려 끼리끼리 나눠 쓰지 않았느냐”며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물타기 전략으로 나온 것을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 관계자들은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이 전날(21일) 검찰총장 책임론을 들고 나온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선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해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며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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