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유엔 무기사찰단이 다시 이라크에서 사찰활동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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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북한도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하길 원한다”며 “나는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며 북한은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이미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 다른 나라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이라크와 북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해 지난해 대통령 선거 캠페인 때부터 2년 동안 말해 온 것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거나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 이후의 계획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3월 한국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의 대량파괴무기에 관해 같은 발언을 했다”며 “이번 발언은 북한과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미국의 모든 대통령들은 두 나라에 대해 강경히 발언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이날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 앞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미 대북정책협의에서 이 같은 사찰요구가 “기존 대북(對北)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아프간 전쟁 이후 북한이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뉴욕타임스지의 보도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켈리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대북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다만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라면서 “올해 3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것처럼 대량파괴무기의 개발 및 확산이 중단돼야 한다는 기존 맥락에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이종훈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