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酒類사업자 단체장 선거조직적 개입의혹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9시 25분


국세청이 주류(酒類)사업자단체장 선거에서 국세청 출신 인사가 당선되도록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업자단체 회원들은 이 단체장의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조업체로부터 술을 공급받아 소매업체에 판매하는 도매업체 단체인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이하 중앙회) 소속 여러 시도 도매업협회장들은 20일 “이계광 중앙회장의 해임과 후임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게 해달라”며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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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소장에서 “대다수 회원들이 3차례에 걸쳐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이 회장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장을 낸 도매업체 관계자들은 기자와 만나 “국세청측은 국세청 출신의 이 회장이 99년 서울주류도매업협회장과 옛 대한종합주류도매업 중앙회장 선거에 입후보했을 때 다른 후보들에게 사퇴를 종용하거나 이 회장을 지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연거푸 낙선했으나 시도별 협회 대표들은 결국 국세청과의 관계를 고려해 지난해 3월 이 회장을 중앙회장으로 추대했다.

국세청은 이번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지자 28일 시도별 도매업협회장들을 불러 “다음주초까지 지역 임시총회를 열어 시도 협회장도 재신임을 받은 뒤에 이 회장을 사퇴시키든지 아니면 일괄 사표를 내라”고 요구했다는 것.

또 일부 국세청 관계자는 “왜 국세청 관할의 일을 법원에까지 끌고 갔느냐”며 간접적으로 소송 취하 압력을 넣기도 했다고 도매업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소송을 낸 사실도 모르고 취하 압력을 넣은 사실도 없다”며 “회장을 중심으로 뭉치든지 새 집행부를 구성해 내분을 끝내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회장이 선출된 시기는 전임자들이 있을 때라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70년대에 국세청을 그만 둔 사람을 위해지지 압력을 넣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회장측은 “자신들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시도별 협회장들이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광암·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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