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1일 국가혁신위 정치발전분과(위원장 서청원·徐淸源)로부터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좀더 신중한 검토를 당부했다. 주진우(朱鎭旴) 국가혁신위 행정실장은 “총재께서 당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는 방안,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당의 협력 관계를 재정립하는 방안, 국정의 민주적 운영과 국회 권능을 회복하기 위해 권력분립 및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케 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그동안 당권-대권 분리에 대해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맞서왔다.
찬성론자들은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권한을 분산한다는 취지에서 대통령이 되면 총재직을 이양하는 방안을 제도화하되,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대통령과 당의 불협화음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특히 박근혜(朴槿惠) 부총재 등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민주당이 당 쇄신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만 가만있을 수는 없다”며 권력 분산을 거듭 촉구해왔다.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도 “한국정치 개혁의 핵심은 의회가 청와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당권-대권 분리가 이뤄지면 대통령이 공천권을 바탕으로 국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돼 우리 정치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말이 쉽지 대통령이 되어 당권을 내놓는 게 쉽겠느냐”며 대권-당권 분리의 제도화가 시기상조라는 논리를 펴왔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수개월이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시기인데, 집권하자마자 총재직을 내놓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권-당권 분리 주장이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용환(金龍煥) 국가혁신위원장은 “민주당처럼 대선후보와 총재직을 분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대통령 당선 후 권한 분리는 추진하는 게 시대 흐름”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