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공세 자제는 김 대통령과 이 총재 가족들을 겨냥한 직접 공세가 결국 ‘부메랑’이 돼 되돌아올 것이란 전술적 판단 때문에 이루어진 것.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보스의 직계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담합(談合)’이 아니냐”며 “국민의 입장은 도외시한 정략적 행태”라는 비판과 반발이 일고 있다.
공세를 먼저 거둬들인 쪽은 한나라당이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이날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김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과 차남 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을 직접 거명해 3대 게이트의 ‘몸통’ 공세를 제기할 방침이었으나 민주당측의 요청으로 취소했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는 본회의 직전 한나라당 이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5분 발언을 취소하는 대신 우리 당도 이 총재 가족에 대한 공세를 자제토록 하겠다”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은 이날 이 총재 가족과 관련된 논평을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연일 김 대통령과 두 아들에 대한 공세를 펼쳤던 한나라당도 이날 김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대변인실에서 “민주당이 공당이 아닌 대통령의 사당으로 전락한 게 아닌지 묻고 싶다”(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는 두루뭉수리의 성명 1건만 발표했다.
이와 관련, 여야 대변인들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 총재 핵심측근이 19일 저녁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가족 얘기는 서로 건드리지 말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가 민주당쪽에서 흘러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관계자도 “김 대통령 가족에 대한 직접 공세는 오래 끌 수 없다”며 “자칫 역풍이 불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둔 야당 입장에서도 도움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여당에서 이 총재 가족을 공격한다고 DJ의 직계가족에 대한 공격을 느닷없이 중단한다면 그동안의 공세가 ‘정치공세’였다는 점만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셈 아니냐”는 비판이 무성하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