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政街 말 말 말]"나 죽으면 애국가 4절까지…"

  • 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18분



《2001년 정치는 ‘강여(强與)’로 시작해 ‘거야(巨野)’로 저물었다. ‘의원 꿔주기’로 시작된 민주당의 ‘강한 여당’ 드라이브가 DJP 공조 붕괴를 거쳐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정국으로 반전되는 과정에서 숱한 ‘말의 성찬’이 펼쳐졌다.》

▽“한 마리 연어가 되어…”〓지난해 12월 26일 당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취임식에서 ‘강한 여당론’을 피력했다. 나흘 후 민주당 의원 3명이 자민련에 입당해 자민련은 교섭단체의 숙원을 풀었다.

‘임대 의원’ 중 한 명인 송석찬(宋錫贊) 의원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한 마리 연어가 돼 어디서든 충성하겠다”고 맹세하는 글이 공개되자(3월13일),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한국 국회는 272명의 의원과 연어 한 마리로 구성돼 있다”고 비꼬았다.

또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1월7일 “DJP 공동정권은 수컷 나귀와 암말 사이에 태어나 생식능력이 없는 노새”라고 힐난했다.

지난해 4·13 총선 때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를 “지는 해”라고 힐난했던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은 DJP 공조가 복원되자 “진 태양은 다시 뜬다”고 말을 바꿨고(1월8일), JP는 “마무리지을 때 황혼을 한 번 벌겋게 물들이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나 죽으면 애국가 4절까지’〓‘강한 여당’의 드라이브 속에 강행됐던 언론사 세무조사도 많은 화제 발언을 낳았다.

으뜸은 역시 “내가 죽으면 관에 태극기를 덮어 주고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 달라”(9월7일) “이기붕 집을 불사르겠다는 기백과 용기로 국세청을 이끌겠다”(9월12일)는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의 호언이었다.

2월7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이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2월16일 “견훤이 북서풍으로 공격하면 남동풍이라는 역풍을 맞듯이 이번 세무조사도 같은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5월22일 법무부 장관에 발탁된 안동수(安東洙)씨는 ‘대통령님의 태산같은 성은(聖恩), 목숨을 바칠 각오로 충성…’이라고 소감을 기록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수(數)의 정치’?〓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집중타를 맞았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정대(正大) 스님이 1월19일 “그 사람이 집권하면 단군 이래 희대의 보복정치가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이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은 많은 뒷얘기를 낳았다.

민주당 안동선(安東善) 전 최고위원은 8월 “남북 이산가족이 만날 때 딱 한 X만 안 울었다”며 이 총재를 향해 폭언을 퍼붓다. 결국 최고위원직을 사퇴해야 했다.

JP도 이 총재에 대해 “표정이 데드마스크처럼 굳은 사람은 안 돼”(11월5일 문화일보 인터뷰)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 총재는 12월8일 의원총회에서 “지모와 지략으로 따지면 김 대통령을 따라갈 사람이 없고, 기교와 변신으로 따지자면 JP를 누가 따라가겠느냐”고 대응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정책이 사회주의적이라며 ‘포퓰리즘 논쟁’을 주도했다.

또 박희태(朴熺太) 부총재는 “현 정권은 무능하고, 부패하고, 끼리끼리 해먹는 ‘무부끼’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JP "외환위기 극복은 대통령 지도력 덕분"

2001년 정치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부침(浮沈)에 따라 여야 간 힘의 균형이 갈렸다. 그에 따라 JP의 말도 달라졌다.

1월 초 민주당과 자민련 간의 ‘의원 임대차’에 대해 한나라당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자 김 총재는 “어떤 종류의 뱀이건 자신을 보호할 독을 갖고 있다”고 반격했다. 2월27일엔 “외환위기 극복 등은 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과 노고의 덕분”이라며 작년 총선 때 그렇게 비난하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JP 대망론’도 감추지 않았다. 4월4일 “나는 타다 남은 나무토막처럼 추악한 꼴로 있지 않겠다. 훨훨 타서 재만 남도록 할 것이다”며 여운을 남겼고, 10월10일엔 “아데나워는 74세에 총리가 돼서 88세까지 했고, 처칠은 78세에 총리가 다시 됐다”고 말했다.

9월3일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계기로 야당으로 돌아선 뒤에는 여권을 거칠게 몰아쳤다. 자민련 총재로 있으면서 정부에 남은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에게는 “지금 거기 남아서 총리를 할 상황이냐”(9월5일)고 일침을 놓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험담을 했다. 11월21일엔 “대인(大人)은 청탁(淸濁)을 함께 머금고 먼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고, 소인(小人)은 청(淸)만 취한다며 산은 보지 못하고 개미만 줍는 사람이다”며 이 총재의 ‘속 좁음’을 탓했다.

또 12월11일엔 “(이 총재가 우리를)소아병이니 대아병이니 하는데, 이회창씨가 좀 정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