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답변 전문]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6시 40분


1. 최소시장접근방식을 통한 관세화 유예조치가 바람직하지만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대외협상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음. 차기정부와 농민의 입장에서는 최소시장접근방식을 통한 관세화 유예조치가 바람직하지만, 국가경제 전체를 고려하여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외협상에 앞서 먼저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 세계 무역질서는 WTO체제 강화와 지역블럭화가 확산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농업경제의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농업정책을 수립하여야만 합니다. 농업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정부정책에만 의존하려 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농민 스스로 농산물의 고품질·고부가가치화, 수요공급조절을 위한 유통시스템 개선, 농업 소유구조 및 경영방식 개선 등과 관련된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물론 정부는 사회복지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농가소득보전과 농민복지대책에 대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2. 출자총액제한 제도 폐지는 이루어져야 함. 그러나 지금은 시기상조. 집단소송제는 대기업부터 도입해야 함. 지난 개발시기 우리 경제의 성장과정에서 재벌의 역할은 매우 컸습니다. 그것은 기억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IMF 위기 초래의 근본원인이 재벌의 선단식 경영에 있었던 것도 분명합니다. 이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국민의 정부는 정부의 규제가 아닌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재벌이 퇴출되도록 제 규정을 정비하였고, 개혁을 통해서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금융기관의 상시구조조정시스템을 마련하였지만 아직 완전하게 제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언젠가 폐지되어야 하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집단소송제의 도입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장치입니다.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어야 합니다.

3. 우리는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의 국영화와 외국인지분 증가라는 불가피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시장경제 활성화와 은행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은행의 자율과 책임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은행 민영화는 조기에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동일인 소유지분 한도를 높이는 은행법 개정은 재벌의 사금고화와 선단식 경영의 폐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금융업에만 전념하겠다는 대기업에 대해서 금융전업기업으로 육성하거나 국민주 출자방식을 통해 소액투자자를 늘리는 방식에서 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4. 공기업 민영화는 과거 정부주도의 비효율적인 경영에서 벗어나 민간주도의 창의적인 경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방법이며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또 이는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정부의 기업경영에 대한 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기업의 공공성 유지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활대책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국민적 합의와 노사간 협력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민영화의 일정문제는 재검토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투자 활성화는 법인세 문제가 아니라 투자와 기업 활성화 여건이 더 중요함. 법인세의 인하의 효과가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법인세 인하는 시기상조임

법인세 폐지에 대해선 학문적인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에 대한 정책적 결정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투자증대라는 실질적인 정책효과가 가능한지 그리고 이에 따른 세수증대방안이 있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투자증대라는 정책효과의 측면에서 대부분 외국기업들은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노동시장의 불안정 등을 투자의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으며 국내기업들은 경기전망과 수익창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증대는 법인세 1∼2% 인하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수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이럴 경우,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들의 세금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중산층과 서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법인세 인하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6. 한국의 노동시장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측면이 많기 때문에 어느 한편으로 기우는 것은 효과적일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인력구조의 개편보다는 비효율적인 부문의 혁신을 통해서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기업가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노동자들도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일감나누기를 통하여 임금이 감소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정부에서도 기술 발달이나 노동시장의 수요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정리해고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직업재훈련프로그램과 생산적 복지대책을 강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기업가의 기업혁신에 대한 인식전환, 노동자의 일감나누기에 따른 임금감소 수용, 정부의 직업재훈련프로그램과 생산적 복지대책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세가지를 갖추기 위한 국민적 노력이 바로 국민경쟁력입니다. 우리의 국민경쟁력이 향상될 때 비로소 고용시장도 안정되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노사정위원회는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였지만, 앞으로는 노·사·정의 합의와 협력이 중요해진 만큼 민간 스스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사정위원회는 중앙의 활동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역별·산업별 현장의 활동을 강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노사정위원회는 민간주도의 정책화·현장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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