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마다 부정시비 얼룩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09분


87년 이후 치러진 3차례 대통령 선거는 모두 관권 시비로 얼룩졌다. 그런 탓인지 선거 때마다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및 탈당, 중립내각 구성은 야당이 요구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

6·29선언 이후 치러진 87년 대선은 관권, 금권, 지역주의가 판을 친 대표적 선거로 기록된다. 당시 ‘1노3김’의 대립구도 자체가 지역주의에 기반한 데다 공무원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도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여권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을 조성해 뿌렸음이 나중에 ‘전-노 비자금 사건’으로 밝혀졌다.

92년 대선을 앞두고도 일찌감치 관권 선거가 꿈틀댔다. 특히 한준수(韓峻洙) 충남 연기군수의 관권선거 폭로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노태우 대통령은 9월 민자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탈당한 뒤 ‘현승종(玄勝鍾) 중립내각’을 출범시켰다.

97년 대선 때는 사정이 약간 달랐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신한국당 총재직을 던지고 탈당했다. 과거와 같은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은 상당히 줄어들었으나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신관권 선거’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용호(金容浩·정치학) 한림대교수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나 공무원 개개인의 특정 후보에 대한 ‘줄서기’ 등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양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선거 지킴이’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관위원들은 공정한 대선을 위해 무엇보다 지켜야 할 것은 ‘돈 선거’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명균(申明均·사법연수원장) 위원은 “여야 후보가 정견과 소견으로 심판 받도록 해야 한다”며 “유권자들도 돈에 매수되는 풍토를 없애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정호(宋正鎬·변호사·전 법무연수원장) 위원도 “유권자들이 (금품을)주는 쪽에는 오히려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지연 학연 등 연고를 탈피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손봉숙(孫鳳淑·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위원은 “유권자들이 학연 지연이 아니라 인물과 능력으로 후보를 선택한다는 사실이 인식될 때 정치인들도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부(鄭壽夫·전 법제처장) 상임위원은 또 “법을 지키는 사람이 덕을 보고 안 지키는 사람은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며 “승리한 사람이 패자를 포용하고 패자가 진심으로 승자를 축하해줄 수 있도록 ‘법 지키는 선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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