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후보-대표 저울질▼
◆누가나오나=특대위는 당초 당대표와 대선후보의 중복출마를 금지하려 했으나 논란 끝에 중복출마 허용 쪽으로 결론이 내려질 것 같다. 대선예비주자 진영도 △두 쪽 다 출마할 것이냐 △한 쪽만 출마할 것이냐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은 대선후보 경선에만 전력투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당내 화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관심의 초점은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의 선택. 그는 당권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일부 시각을 의식한 듯 여전히 “나는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 측근은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나머지 주자들은 ‘한 길’만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대선후보 경선에만 출마하겠다고 밝혔고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은 조만간 대권 도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김중권(金重權)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도 “대선후보 경선에만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 역시 “당권은 생각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은 내심 당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박상천(朴相千) 상임고문도 당 대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여론조사나 당내 분위기로 볼 때 대선후보의 경우엔 이인제 노무현 고문의 각축이 예상된다. 당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구도 및 예비주자간 짝짓기 등에 따른 가변성이 큰 편이다.
▼李-韓, 盧-韓 연대설 무성▼
◆주자 짝짓기=예비주자들간에는 벌써부터 여러 가지 형태의 연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주자들 간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데다 전당대회 때까지 뒤집기를 위한 시간이 충분치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6일 밤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도입키로 한 호주식 결선투표제(선호투표제)도 합종연횡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하위 득표자의 2순위표를 다른 후보에게 나눠주는 선호투표제가 도입되면 군소후보의 2순위표가 경선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력후보와 군소후보 간 연대가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서 흔히 거론되고 있는 연대구도는 이인제 고문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동교동 구파와 가까운 이인제 대권 - 한광옥(韓光玉) 대표 당권 구도. 일부 주자 진영에서는 이인제 대권 - 한화갑 당권 연대가 실현될 경우 위력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양측 간에 깊이 패인 골을 생각하면 그 실현가능성은 의문이다.
당내 지지기반이 탄탄한 한화갑 고문을 당권 파트너로 상정한 연대구도는 노무현 상임고문 등 상당수 주자들도 탐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이인제 대권-정동영 서울시장 후보 구도를 점치기도 했지만, 정 고문은 대권 도전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고문은 개혁성향이라는 공통분모를 고리로 삼아 언제든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대선 예비주자들 간의 합종연횡은 권역별 예비경선의 우열이 드러나고 당 지도부 경선이 불붙기 시작하는 3월말이나 4월초쯤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는 이번주 중 모임을 갖고 대선후보 및 당 지도부 선출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나,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동교동계 차원에서 결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쇄신연대 소속 의원들은 일단 김근태 노무현 정동영 고문 진영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서는 쇄신연대 총간사인 장영달(張永達) 의원과 국민정치연구회 의 이재정(李在禎) 의원 등이 김 고문을, 바른정치실천연구회 의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은 정 고문을 지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개혁성향 후보가 단일화될 경우에는 쇄신연대가 개혁연대 로 발전해 동교동계와 강력한 대립축을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선거 누가 공천” 촉각▼
◆후보와 대표=6일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선대기구를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가 협의해 구성키로 합의한 것은 한화갑 김근태 정대철 김원기 상임고문 등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당초 특대위 안은 ‘대선후보가 전국 규모 선거의 선거대책기구 구성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 대선후보가 지방선거를 지휘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한 고문 등은 “지방선거부터 대선후보에게 선거대책의 전권을 부여하면 ‘제왕적 후보’가 되고 대표는 유명무실화된다”며 “지방선거대책위 구성은 대표가 후보와 협의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대위 안대로 할 경우 당 대표가 할 일이 없고, 대선후보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쇄신연대 일각에서 “지방선거 후보 경선과 대선후보 경선을 동시에 치르든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경선을 먼저 치르고 대선후보는 5월쯤 선출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
4월 동시 전당대회가 확정될 경우 단체장 후보 경선은 5월초순경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대선후보 경선과 당 대표 경선에서 한 사람이 모두 1위를 할 경우 대표 자리는 차점자에게 내주기로 합의한 것도 대부분의 주자들이 후보와 대표의 ‘분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예비주자들 간의 ‘공생’을 도모하는 측면이 강하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