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통치사료 공개]최규하 의전일지 5일간 공란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19분


청와대가 9일 발굴해 공개한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사료는 그동안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 보관돼 온 것으로, 최근 공문서관리규정에 따라 보관연한(최장 30년)이 다가오자 통치사료비서관실에서 정리한 것 들이다.

▽박정희(朴正熙) 장군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관계=박정희 장군은 62년5월22일 육군대장 박정희 명의로 케네디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가 약속한 민정이양까지 남은 1년 동안 현 정부는 지난 1년간의 몇배의 노력으로 보다 더 큰 성과를 올리고 튼튼한 반공 민주 기반을 확립할 것을 다짐한다"며 지지와 원조를 요청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62년8월23일 '박정희 장군'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과 일본 두 이웃 나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각하의 노력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63년3월31일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 앞으로 보낸 편지에선 "군정연장에 대해 한국의 현재 정치문제 해결은 한국국민 전체에게 납득될만한 민정이양 절차에 관한 합의의 도달을 위해 귀국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이 협의를 함으로써 이뤄지리라 믿는다"고 반대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각하께서 한국에서 군정 연장 필요성이 있다고 발표한 3월16일 성명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3월19일자 서한에 감사한다"고 언급함으로써, 박정희 장군이 미국측에 군정연장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음을 시사했다.

▽1.21 사태 당시 대북 응징을 둘러싼 한미 갈등=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1월21일 북한의 124군 부대원들이 청와대를 습격하고 이틀 뒤인 1월 23일 북한이 원산 앞바다에서 정보수집중이던 푸에블로호를 납치한 사건이 일어나자 2월5일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강력한 대북 응징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평화적 해결방법, 즉 외교적 수단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지는 우리의 문제다. 공산주의자들과 대결함에 있어서 평화적인 해결방법 모색은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언정 우리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2월9일 다시 서한을 보내 "각하께서 승무원을 구출하기 위한 비밀회담이 수차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의 서울 습격 관련 재발방지 등에 대한 각하의 소신을 확실히 다짐받아야 한다"며 북한과의 비밀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존슨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통치사료 주요 목록
△1953∼60서한철 및 외교전문(이승만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의 서한 등)

△1956∼58대통령연설문 등

△1956∼58미 육군 밴 플리트 장군 서한철(제주도프로젝트 관련)

△1957남북한 군사력 비교분석 보고서 등

△1958 백선엽 장군 방미 관련 서한철(한국군 전력분석 등)

△1959이승만 대통령 연설문 등

△1958∼59이승만 대통령과 이강석의 서한

△1961윤보선 대통령 서한철(23권)

△1961박정희 대통령 서한철

△1964∼77박정희 대통령 친서 사본

△1974영부인 서거관련 문서철

△1980최규하 대통령 의전일지

△1992∼97김영삼 대통령 업무참고철

▽5·17 전후 국정공백 = 80년 5.17 전후 대통령 의전일지에는 최규하(崔圭夏) 대통령이 5월10일 중동 등지 순방을 위해 출국, 5월16일 오후 10시10분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정작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최 대통령 관련 기록은 전혀 없다. 당시 최전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제기능을 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5월 22일에 이르러서야 최 대통령이 박충훈(朴忠勳) 총리서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기록이 다시 나온다.

▽미국측의 월남전 참전 요청=존슨 대통령은 65년7월25일 박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직 최종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현재 월남에 있는 병력 8만명을 배 또는 그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한국군의 참전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대통령은 65년7월29일자 답신을 통해 "한국정부도 이미 사단규모의 전투병력을 월남에 증파할 계획을 추진 중이며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국회의 승인을 얻게 될 것"이라며 호응의사를 전했다.

▽ '닉슨 독트린'에 대한 박정희 정부의 대응=1969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의 닉슨 독트린 을 발표하자 박 대통령은 71년4월15일 닉슨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한반도에선 이 원칙을 신중하게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한국 국방력의 강화와 경제발전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 및 태평양지역의 전반적인 안전보장을 위해 미국의 계속적인 대한(對韓) 지원이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50년대 북한 핵보유설 관련자료=1957년 당시 북한이 핵무기와 유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미국측의 남북한 군사력 비교 보고서 도 이번에 공개됐다.

미국측 군사전문가에 의해 작성돼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보고서는 "현재 북한 공산군은 핵무기와 유도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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