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윤태식 게이트' 우리와 무관" 섣부른 해명 禍키워

  • 입력 2002년 1월 11일 18시 36분


청와대가 ‘윤태식 게이트’와 관련해 섣부른 해명으로 일관함으로써 오히려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부인〓‘패스 21’ 대주주 윤태식씨가 2000년 당시 청와대 행사에 초청됐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최근 공개된 직후 청와대는 극구 무관함을 강조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청와대 행사 참석자는 관련부처에서 선정하는 것으로, 청와대와는 무관하다”며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언론이 윤씨를 청와대와 관련시키기 위해 견강부회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박준영(朴晙瑩) 당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윤씨에게 친지의 취직을 부탁하고 기술 시연회를 주선하는 등 상당히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이 뒤늦게 드러남으로써 청와대와 윤씨가 무관하다”는 당시 청와대의 해명이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을 당초 “권력형 비리와는 거리가 먼, 한 벤처기업의 단순 로비사건”으로 몰았던 것도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설명이 아니라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발뺌이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불분명한 명분〓박준영 전 국정홍보처장이 10일 윤씨와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보도된 직후 사의를 표명하자 청와대측은 사표를 수리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는 박 전 처장의 개인적 설명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지만 국민을 상대로 한 발표로서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물론 박 전 처장의 개인적 고충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며 “그런데도 청와대가 물의를 빚은 데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박 전 처장이 건강 문제 때문에 사표를 냈다고만 발표한 것은 정권이 사적인 인연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안정남(安正男) 전 건설교통부장관이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가 논란이 돼 사퇴했을 때도 ‘건강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김 대통령이 8일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몇몇 몰지각한 벤처기업들이 문제를 일으켜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고, 불행하게도 일부 공무원까지 직간접으로 연루돼 국민을 볼 면목이 없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문제의 핵심은 공직자들의 도덕성인데도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인상이 짙다는 지적인 것이다.

윤승모 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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