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언론탄압 1주년’ 논평

  • 입력 2002년 1월 13일 18시 29분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하루 전인 13일 ‘언론탄압 1주년에 부쳐’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작년 연두 회견(1월11일)에서 김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언급한 것을 신호탄으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의 언론사 조사가 시작됐음을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남 대변인은 논평에서 “조세정의니, 통상적인 행정집행이니 하는 정부의 주장은 언론 압살을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는 게 확인됐다”며 “국민은 당시 언론사 조사를 주도했던 주역들의 현주소를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거명한 언론탄압 주역은 박준영(朴晙瑩) 전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이었다.

언론사 조사 당시 청와대에서 연일 조사의 당위성을 홍보했던 박 전 수석은 국정홍보처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최근 ‘윤태식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11일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은 뒤 귀가 조치됐으나, 윤씨가 대주주인 패스21이 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에서 지문인증 기술시연회를 여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조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조사를 진두 지휘했던 안 전 청장은 건설교통부장관으로 승진했다가 작년 국정감사 때 서울 강남 노른자위 땅에 대규모 가족타운을 조성한 의혹 등이 불거져 결국 낙마했다.

그는 국회 답변 등에서 “4·19 때 이기붕 집을 불사르겠다는 기백과 용기로 세무조사에 임하고 있다” “내가 죽으면 태극기를 덮고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달라”고 호언(豪言)했으나 장관 사퇴 후에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세무조사와 공정위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언론사 대주주 수사를 지휘했던 신 총장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동생 신승환(愼承煥)씨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야당으로부터 연일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신씨는 이용호씨로부터 돈을 받고 검찰에 이씨의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신 총장 본인이 특검팀의 소환 요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언론사 조사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사들이 잇단 비리 관련 의혹으로 곤경에 처하자 한나라당에는 “혼자만 깨끗한 척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차는 사람이 많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때묻은 손으로 언론개혁 운운하던 현 정권의 이중성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14일 연두 회견에서 김 대통령이 각종 게이트와 관련해 엄정 대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한나라당 인사들의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검찰총수로서 특정사건에 연루돼 검찰조직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신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보다 분명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많았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이번 회견은 김 대통령의 사실상 마지막 연두 회견”이라며 “김 대통령은 무엇보다 각종 비리 의혹으로 국민을 불안케 한 데 대해 사과하고 대책을 단호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는 “김 대통령은 측근이나 친인척이라도 선을 긋지 말고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며 “그래야 조금이라도 정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