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검찰 인사들은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몰락은 검란(檢亂) 에서 시작됐고 그 검란의 한 가운데에 김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들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마음을 비우고 인선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한 중견 검사는 "이제는 정말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하는 총장이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후임 총장 후보로 떠오르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수차례의 '검란'을 겪으면서 많은 간부들이 상처를 입고 검찰을 떠났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시11회인 김경한(金慶漢) 서울고검장과 김영철(金永喆) 법무연수원장이 1순위로 거론된다. 검찰 현직에는 사시10회가 한명도 없기 때문에 이들은 서열상 사시9회인 신 총장 바로 다음 순위다.
두 김 고검장은 모두 경북 출신으로 김 고검장이 경북고를 나왔고 김 원장은 경북사대부고를 나왔다. 두 사람 중에서는 법무차관과 법무부 교정국장 등을 지낸 김 고검장이 경력상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사시 12회에는 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차관과 한부환(韓富煥) 대전고검장 이종찬(李鍾燦) 대구고검장 등이 거론되는데 청와대와 여권 일부에서는 김 차관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차관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또 현실적으로 총장이 12회까지 내려가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예외적이긴 하지만 사시7회인 심재륜(沈在淪) 부산고검장이 거론되기도 한다. 대검의 한 중견검사는 국민의 중수부장 으로 불렸던 만큼 검찰의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지만 정권 입장에서 그를 선택할 배짱이 있을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검찰 외부 인사로는 이명재(李明載·사시11회) 전 서울고검장이 물망에 오른다. 이 고검장은 현직에 있을 당시 당대 최고의 검사 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검찰 안팎의 신임이 두터웠던 인물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