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의 부패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그 근원에 대한 김 대통령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김 대통령은 부패의 성격을 ‘일부 벤처기업들의 비리 사건’으로 규정했다. “몇몇 벤처기업들의 비리에 일부 공직자와 금융인, 심지어는 청와대의 몇몇 전현직 직원까지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지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국민을 분노와 허탈감으로 몰아넣고 있는 여러 게이트 의혹은 단순히 일부 벤처기업들의 비리가 아니다. 그 비리에 ‘일부 공직자와 청와대의 몇몇 전현직 직원이 연루된 혐의를 받는’ 단순한 차원도 아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정수석비서관과 전 공보수석비서관인 국정홍보처장을 비롯해 대통령의 아들들까지 직간접으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거기에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국가 중추기관의 인물들이 제각각 이런저런 게이트에 연루되어 있으니 한마디로 ‘권력형 비리의 종합판’인 격이다.
이러한 권력형 비리의 근원은 무엇인가. 최근 민주당의 대선 예비주자들마저 앞다투어 지적하고 있듯이 잘못된 인사정책이다. 특히 권력기관 내 특정 인맥에 치우친 요직 편중 인사가 ‘끼리끼리 부패 커넥션’의 온상이 되어온 것은 이제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사는 공식라인보다는 ‘비선(秘線) 라인’에 의존하는 권력의 ‘사적(私的) 시스템’이 오랫동안 작동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인사가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큰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근원에 대한 통찰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통령은 현 부패의 본질인 권력형 비리의 근원을 인식하고 그를 척결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부패 척결을 강조한들 국민의 마음에 와 닿을 수가 없고, 국민의 마음에 닿지 못하는 ‘대통령의 의지’는 구호처럼 들리기 십상이다. 지금은 더 이상 말만으로 넘길 수 없는 ‘국가비상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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