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검찰 때문에 정부 피해” 발언 파장

  • 입력 2002년 1월 17일 00시 2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5일 반부패 관계장관회의에서 “검찰이 잘해주지 못해 정부가 큰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고 검찰을 지목하자, 당사자인 검찰은 물론 야당도 김 대통령의 발언을 성토하고 나섰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는 16일 “검찰의 총수를 임명하고 그에게서 보고를 받는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욕을 먹는 이유가 대부분 정치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와 관련이 있다”며 “민감한 사건의 처리 방향을 놓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인들이 없어야 하고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중견검사는 “대통령이 총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건 처리를 할 때 눈치를 보는 고위간부들이 많고 그래서 국민의 비난을 받는 것 아니냐”며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간부급 검사는 “최근 일련의 사태는 지역적으로 치우친 잘못된 인사로 빚어진 측면이 많다”며 “실질적인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그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검사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검찰 수난의 출발점은 99년 ‘옷로비’ 사건으로 볼 수 있고 대통령도 그 사건에 책임이 있다”며 “당시 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이 부인과 함께 의혹을 받고 있는데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검찰이 이 지경으로 추락한 데에는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며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김 대통령이 특검제 및 인사청문회 도입 약속을 어겼고, 특정 지역 편중 인사를 해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전락시켰으며, 편법으로 검사들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나 사정비서관 등으로 파견시켜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것.

그는 “검찰 조직이야말로 이 정권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김 대통령은 ‘정권이 잘못해 검찰과 국민이 큰 피해를 보았다’며 사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각종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김 대통령은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기는커녕 검찰 수사를 감싸지 않았느냐”며 “김 대통령은 검찰에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간사인 김용균(金容鈞) 의원은 “김태정 박순용(朴舜用)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 시도 때마다 이들을 두둔해 놓고 이제 와서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