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연두회견 문답]"병든 나라 혁신" 비전제시에 주력

  • 입력 2002년 1월 17일 18시 20분


'부패척결'
'부패척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7일 “병든 이 나라를 혁신해야 한다”는 말로 연두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국민 대다수가 여러 걱정 때문에 불안해하고 자신감을 잃어 가고 있어 변하지 않으면 안정도 행복도 누릴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 총재는 혁신의 방법으로 일곱 가지를 제시했다. △깨끗하고 용기 있는 리더십 구축 △빈부격차 줄이고 따뜻한 복지 확립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 가동 △원칙 있는 대북정책 추진 △법의 지배를 통한 부정부패 일소 △정치혁신으로 국민 우선 정치 실현 △정권교체로 희망의 나라 구현 등이었다.

이 총재는 “우리는 기필코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국정을 혁신해 반듯한 나라,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어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이 총재는 가능한 한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은 삼갔다. 구체적인 실정(失政) 사례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대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데 주력했다. 현수막도 정부 여당을 성토하는 내용은 일절 걸지 않았다.

이 총재는 당 내 비주류 인사들의 요구에 대해선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분명히 그었다. 대통령선거 후에는 대통령과 당 총재직을 분리할 생각이나 대선 전에는 대선 후보와 총재직을 겸해도 문제없고,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국민참여경선제는 부작용이 우려돼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문답 요지.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할 생각은 없나.

“국가혁신위에서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취지는 좋지만, (경선 참여 전에) 국민을 입당시키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 경선 과열과 돈 선거 등의 혼탁한 상황도 걱정된다.”

-집단지도체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집단지도체제는 민주주의이고 총재제도는 비민주적이라는 흑백논리 같은 등식이 지배해서는 안 된다. 과거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계파 보스끼리 공천권과 인사권을 나눠먹는 등의 단점이 나타났다.”

-공정 경선을 위해 총재대행체제는 언제 가동할 것인가.

“모든 당원이 공감하는 적절한 시기에 할 것이다.”

-대선 전에 대선 후보와 총재직을 분리하자는 주장도 있다.

“야당에서는 적절치 않고 비효율적이다.”

-대선 후 대통령과 총재직은 구체적으로 언제 분리하나.

“대통령이 된 뒤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적을 이탈할 생각은 없나.

“그럴 생각 없다. 대통령과 여당은 공조해야 한다.”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경선에 나와 아름다운 경선의 모양을 갖추게 된 데 대해 다행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3김 청산’을 주장하면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관계 개선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분과의 인연으로 감사원장과 총리를 지냈고 정치에도 들어왔다. 그 분과의 관계를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지 말아달라. 인간관계를 값지게 하려는 것이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앙금은 풀렸나.

“앙금이나 감정은 없다. 앞으로도 공감하는 부분은 공조할 것이다.”

-특검제를 상설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특검이 검찰의 옥상옥(屋上屋) 기구로 자리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설제 주장을 한 바 없다.”

-개헌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월드컵과 선거 등 올해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이를 제쳐놓고 헌법 조항에 매달릴 수는 없다.”

-북한이 변했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에 당선되면 햇볕정책을 유지할 것인가.

“북한은 실질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대북포용정책은 계속해야 하지만, 이는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햇볕정책과는 다르다. 포용을 위한 전략적 수단과 원칙이 필요하다.”

-일본의 ‘천황’과 ‘일왕’ 호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호칭은 중요하지 않다. 일반적 군주라는 면에서는 ‘일왕’이라고 할 수 있고, 어느 한 나라의 고유 명칭을 따르면 ‘천황’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 영수회담이 필요하지 않나.

“영수회담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을 만나 현재 정치상황의 변화를 가져오고 깨끗한 선거의 틀을 잡는다면 언제든 만날 의향이 있다.”

-대선 기간 동안 두 아들을 외국에 유학 보낼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일부 보도처럼 가족회의를 열거나 해서 결정한 바는 없다. 본인들은 정직하고 정치와 무관하게 살고자 하며, 나도 그렇게 믿는다. 작은 아이의 유학도 결정된 바 없다. 가족이나 인척으로 인해 정치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부시 행정부로 인해 남북관계가 정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어떤 대응조치를 할지 판단하지 못해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북-미대화는 북한에 달려 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기조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연두 회견 비교
김 대통령분야이 총재
야당 총재와 언제든 만날 용의영수회담공정선거 위해 언제든 만날 용의
검찰 내 특별수사청 설치
벤처 비리 수사
부정부패척결한시적 특검제, 인사청문회 도입
성역 없이 부패혐의자 엄벌
남은 임기 중 경제와 국운융성 전념
중산층과 서민생활 향상
경제회복성장 잠재력 강화
과학기술 혁신과 인재양성
경의선복원과 군사적 신뢰구축
북-미관계와의 상호 연관 중요
남북문제상호주의, 투명성, 검증 원칙 준수

송인수 기자 issong@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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