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후보들 연줄 총동원 구인 경쟁 "선대본부 도와주오"

  • 입력 2002년 1월 17일 18시 25분


“빨리 줄을 서든지 해야지, 가만있다간 팔다리 다 찢어지겠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17일 “서너 명의 대선 예비주자로부터 경선대책본부에 들어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각 주자들이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학연 지연 등 갖가지 연줄을 동원해 치열한 구애를 하고 있어 이처럼 난처해 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

개혁성향의 한 초선의원은 “이념이 비슷한 후보를 밀어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후보가 끈질기게 도와 달라고 하는 통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총선 때 많은 도움을 준 이인제(李仁濟) 한화갑(韓和甲), 성향이 비슷한 노무현(盧武鉉)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개인적으로 친한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 등 여러 진영에서 연락이 오지만 모두 도와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체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도지부장을 맡고 있는 한 재선의원은 아예 “요즘은 지역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서울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비주자 진영도 그들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경선전이 벌어지는 16개 시도마다 역량있는 사람들로 선대본부를 꾸리지 못하면 당내 기반이 취약한 후보로 인식되고 득표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 고문 측은 개혁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대본부를 꾸릴 생각이지만 다른 예비후보들이 이미 이들과 접촉한 것을 알고는 집안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김중권 고문도 본인이 직접 집안 단속에 나섰다. 한화갑 고문 측 또한 친한 위원장들 중에 여기저기에 다리를 걸친 사람들이 적지 않아 부심하고 있다.

이인제, 노무현 고문 측은 경선과정에서 군소 후보가 탈락하면 이들 진영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선대본부 구성을 최대한 늦출 방침. 그러나 정동영 고문과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는 이미지와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며 선대본부 구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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