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문의 ‘동시출마론’을 대권에서 당권으로 선회하기 위한 전단계로 보고 있는 이들 진영은 각각 다른 측면에서 한 고문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당정쇄신 과정에서 한 고문에게 대권을 포기하고 당 대표직을 맡도록 설득했던 권 전 최고위원의 입장 정리가 관심사.
당시에는 한 고문이 이 같은 제의를 거부했지만, 만약 한 고문이 당권 쪽으로 마음을 정리할 경우 권 전 최고위원으로서도 도와달라며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홍일(金弘一) 최재승(崔在昇) 의원 등 동교동계 중도파의 의견이 ‘한화갑 당권’쪽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점도 권 전 최고위원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내 쇄신파들의 퇴진공세를 받았던 권 전 최고위원과 쇄신파 쪽에 섰던 한 고문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골이 깊어 화해가 불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권 전 최고위원으로서는 당권 도전 가능성이 큰 한 대표를 외면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핵심인사는 “권 전 최고위원의 귀국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한 고문의 태도 변화와 유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광옥 대표 측도 한 고문 및 권 전 최고위원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설사 한 고문이 당권에 나선다 해도 한 고문과 권 전 최고위원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며 권 전 최고위원의 지원을 기대했다.
이인제 고문 측은 “당권에 관해 어떤 식으로든 동교동계가 한 길을 가는 것이 최선”이라며 당권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 고문 진영은 동교동계가 분열됨으로써 대선 후보 경선 및 본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