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벤처비리 폭로공방

  • 입력 2002년 1월 18일 18시 02분


감사원이 벤처기업 비리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하고 검찰이 일부 벤처기업에 대한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여야가 벤처비리 의혹 공방을 재개함으로써 ‘벤처 게이트’ 파문이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이 벤처비리에 대한 ‘무한 폭로전’을 벌일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18일 벤처기업을 통한 일부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의 정치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 인사 3명의 벤처비리 연루설을 흘려 맞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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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벤처비리 폭로대전' 예고

▽한나라당의 선제공격〓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로부터 검찰이 S기업과 또 다른 S기업 등 2개 유명 벤처기업을 은밀하게 내사하고 있으며, 이 중 한 기업의 관료 출신 대표이사를 조만간 소환조사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 한 기업은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비등록기업이나, 구체적인 혐의 사실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 과정에 리베이트가 오갔고, 여기에 민주당의 대선 예비주자가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또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당에 24건의 벤처비리 관련 제보가 접수돼 이 중 10여건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권력형비리 진상조사특위 관계자는 “당에 접수된 제보내용은 대부분 벤처기업이 현 정부의 실세들과 유착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며,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유형은 일부 벤처기업이 정책금융과 같은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여권의 실세들에게 줄을 댔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코스닥시장 등록 직전에 여권 인사에게 차명으로 주식을 증여해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며, 세 번째 유형은 코스닥 등록 이후 펀드를 조성해 이익을 보장하는 수법을 동원했다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은 제보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일부 제보 내용은 확인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된 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얼마 전 당에 들어온 제보를 토대로 한 벤처기업의 주변을 조사했더니 그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민주당의 맞불 공세〓민주당은 즉각 “돈을 굴릴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잘 하더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벤처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원 특감과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선수를 친 것은 자신들에게 쏠릴 수 있는 수사나 의혹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전에 여권 쪽으로 국민의 시선을 돌려놓고 한나라당 관련 비리가 터져나오면 ‘보복성 기획수사’ 또는 ‘편파수사’로 몰고 가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 민주당의 시각.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중진 2명과 수도권 지역 초선의원 1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벤처비리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할말이 없을 것이다.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우리가 더 가지고 있지만, 우리 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될 때까진 참겠다”고 말했다.

사정 정보에 밝은 여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야당의원 연루 사실을) 몰라서 얘기를 안 하는 게 아니다. 구체적인 물증까지 갖고 있는 사건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은 조용히 있겠다. 우리가 왜 지금 까겠느냐. 두고 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내용도 구체적이며 한두 건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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