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적 이탈〓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전날 연두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되면 당적을 내놓을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 “그럴 생각 없다. 대통령과 여당은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는 총재직 사퇴와 당적 이탈을 주장하더니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오자 ‘나는 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총재가 “김 대통령이 대통령직에만 전념하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적절한 시점에 당적을 버리고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주간지 인터뷰 기사(작년 10월) 및 한나라당 대변인실의 논평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선거 등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무조건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제도화하는 것은 서로 개념이 다른 말이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떨떠름한 표정이었으나 언급을 삼갔다. 한 관계자는 “이젠 김 대통령한테 당적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는 안하겠네…”라고만 말했다.
▽특검제 상설화 문제〓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기획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잇따른 게이트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상설 특검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전날 회견에서 “특검이 검찰의 옥상옥(屋上屋) 기구로 자리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설화 주장을 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검찰 개혁 차원에서 특별검찰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에 반대하면서 특검 상설화를 강조하던 한나라당이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이렇게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꿀 수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추궁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권철현 위원장의 얘기를 특검제 상설화로 대입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맞섰다.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각종 게이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한시적이나마 상설 특검제를 통해 모든 의혹을 해소하자는 취지였지, 특검제를 상설화하자는 취지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새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문제〓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15일만 해도 “이번 검찰총장부터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명재(李明載) 총장 체제가 들어서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이 총장은 신망받는 인사이고, 검찰총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하는 국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총장이 임명됐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당초 주장이 몹시 편의주의적이고 정략적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 총무는 “특정 지역 총장이라서 우리가 청문회를 안한다고 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억지”라며 “지금이라도 여당이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 실시에 동의해준다면 임명된 총장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맞받았다.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