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벤처비리 제보〓한나라당은 당의 여러 경로를 통해 현재까지 24건의 벤처비리 제보를 접수했으며, 그 중 10여건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다는 게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의 주장이다.
당내 권력형비리 진상조사특위 관계자는 “당에 접수된 제보내용은 대부분 일부 벤처기업이 현 정부의 실세들과 유착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며,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유형은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벤처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일부 벤처기업이 정책금융과 같은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여권의 실세들에게 줄을 댔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것.
두 번째 유형은 코스닥시장 등록 직전에 여권 인사에게 차명으로 주식을 증여해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며, 세 번째 유형은 코스닥 등록 이후 ‘정현준 게이트’와 유사한 펀드를 조성해 이익을 보장하는 수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제보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일부 제보 내용은 확인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된 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얼마 전 당에 들어온 제보를 토대로 한 벤처기업의 주변을 조사했더니 그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며 “경쟁업체를 음해하기 위한 제보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추적을 중단했다”고 털어놓았다.
▽민주당의 맞불 공세〓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가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식의 상투적 수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돈을 굴릴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잘 하더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벤처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까지 나서 벤처비리의 발본색원을 지시했고, 검찰의 벤처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선수(先手)를 친 것은 자신들에게 쏠릴 수 있는 수사나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전에 여권 쪽으로 국민의 시선을 돌려놓고 야당 관련 비리가 터져 나오면 ‘기획 보복성 수사’ ‘편파수사’로 몰아가기 위한 선전전(宣傳戰)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시각.
사정관련 정보에 밝은 여권의 한 인사는 “여야 너나없이 벤처비리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여권 관련자는 대부분 개인비리 쪽이고, 야권 관련자들은 조직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야당의원 연루 사실을) 몰라서 얘기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우리가 더 가지고 있다. 구체적인 물증까지 갖고 있는 사건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은 조용히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왜 지금 까겠느냐. 두고 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내용도 구체적이며, 한두 건이 아니다”고 흘렸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할 경우 한나라당에 대한 대대적 공세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일단 한나라당의 공세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무책임한 공세’로 받아치면서 대응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자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