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민정당 노태우(盧泰愚) 후보는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 쓰다 남은 상당액의 통치자금을 물려받았지만, 재벌의 집중적인 지원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에는 100만명 안팎의 군중을 동원, 집회를 열었기 때문에 재벌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선거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92년 대선 때 민자당 김영삼(金泳三) 후보는 빡빡한 지방 유세 일정에도 불구하고 저녁에는 꼭 서울로 돌아왔다. 재벌 관계자들이 ‘보험효과’를 높이기 위해 후보를 직접 만나기를 원했고, 그래야 ‘뒤탈’이 없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97년 대선 때는 후보가 직접 재벌 관계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대신, 핵심측근들이 중간에서 ‘돈 심부름’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朴正勳) 전 민주당 의원의 부인은 최근 “97년 대선 때도 K 전 의원을 통해 대우그룹의 엄청난 돈이 민주당 김대중(金大中) 후보 쪽으로 전해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선 자금 규모가 밝혀진 적은 한번도 없다. 다만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간다”고 말하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