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눈에 띄지 않았다. 회견문 중 “우리는 정당 운영에서 제왕적 지위를 누리는 1인 통치자의 출현 가능성을 봉쇄했다”는 대목 정도만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겨냥한 것이었다.
일주일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국정과제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오를 밝힌 부분도 회견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열자는 제안은 정부측의 강력한 주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은 민주당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다. 그러나 상당수 정책들은 이미 발표된 내용의 재탕이었다. 직업훈련 대상자 14만명을 일자리 숫자에 포함시키는 등 현실과 거리가 있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다음은 문답 요지.
-국민참여경선제는 부작용도 예상되는데….
“처음 실시되는 제도라 두려움은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발전적 변화를 회피할 수는 없다. 혁명에 가까운 당 개혁안을 훼손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입장은….
“대통령이 강조하는 깨끗한 사회 조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부정부패 및 비리사건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지위고하와 여야를 막론하고 확실하게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대통령의 당적 이탈에 대해….
“대통령은 이미 총재직을 내놓았다. 당적 이탈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간 반대해 왔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검토한다고 했는데….
“국회에서 선출, 인준하는 공직자만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법을 위반해선 안된다. 다만 필요하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대 선거에서 지역구도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지역주의는 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지역적으로 편향된 후보가 아니라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제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한 축이 될 것이다.”
-세금 경감에 대한 당의 입장은….
“신용카드 사용 증가로 세원이 노출되는 자영업자와 소득이 훤히 드러나는 봉급생활자들의 세금은 경감해줘야 한다. 당 정책위에서 검토 중이다.”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에 대한 견해는….
“남북관계에서는 경제논리보다 화해협력차원의 상징적 의미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올해 안에 이뤄지겠나.
“시간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지만, 약속은 지키지 않겠나 전망한다.”
-향후 계획은….
“당의 정치개혁안이 백일도 되지 않았다. 걸음마를 할 단계는 돼야 내 얘기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